가죽 안에 깃든 고전미를 살린다.
이도선 대표가 운영하는 <도선디자인>은 가방을 비롯한 수공예 가죽제품을 판매하는 청년기업. 이 대표가 가죽제품에 만들기 시작한 것은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때부터다. 국내에서 인테리어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일본 고베에서 제품디자인을 배우며 스툴(등받이와 팔걸이가 없는 의자)과 의자 ,소파 등을 제작했다. 다양한 재질의 원자재를 사용해 제품을 디자인하고 만들던 그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가죽이었다.
오래 두고 보고 쓸 수 있는 가죽은 이 대표에겐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특별한 재료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변하는 색과 사용하는 사람의 습관에 따라 잡혀나가는 형태는 가죽만이 지닌 고유의 장점이었다. 소재의 활용이 자유로운 점도 역시 이 대표가 가죽을 사랑하는 이유였다. 제품을 디자인하는데 있어서 한계가 거의 없었다. 합성신소재에 비해 탁월한 방수효과가 있거나 내구성이 뛰어나지 않았지만 제품을 완성한 이후에는 가죽 특유의 품위가 느껴졌다.
이런 점은 심플하면서도 복고적인 디자인을 선호하던 이 대표의 철학과 잘 맞아떨어졌다. 현재 가죽가방을 주로 제작하는 이 대표는 군더더기 없고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을 모토로 하고 있다. 색상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모노톤을 주로 사용한다. 지갑이나 다이어리 등 소품들도 클래식한 멋을 추구하고 있다.
고전적인 디자인 제품을 만들면서 이 대표가 눈여겨보는 것은 기존의 가죽제품이다. ‘우리가 새롭다고 생각하는 모든 디자인은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것들’이라고 말하는 그는 기성제품의 디자인을 면밀히 관찰하고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과거의 디자인에 자신만의 감각으로 절제미를 입히는 것이다. 이 대표에게 이런 노력은 디자인의 조용한 진화에 가깝다.
그가 디자인과 함께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마감. 이 대표는 세심한 부분까지 얼마나 정교하게 마무리하느냐가 제품의 퀄리티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제품 완성도의 기복을 줄이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동일한 수준의 수공예 가죽제품을 꾸준히 생산해내기 위해서다. 수공예 제품은 특성상 개인의 공방에서 소량 생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대표는 <도선디자인>이 이러한 형태의 기업으로 남기를 원치 않는다.
비단 사업성의 문제가 아닌 브랜드의 파워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다. 사실 수공예 가죽제품을 생산하는 브랜드가 거의 없는 부산에서 <도선디자인>은 이미 어느 정도 이름이 나 있는 업체이다. 이 대표가 처음 운영했던 서면 공방 주변은 철공소가 많아 저녁이 되면 골목 자체가 어두워지기 일쑤였다고 한다. 당시 공방과 함께 쇼룸이 함께 운영되는 형태였지만, 낮에 비해 매장을 찾는 저녁 고객들의 수는 적은 상황이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이 대표는 골목에 조명을 설치하고 주변 가게를 설득해 셔터마다 로고를 그려 넣었다. 외진 골목 하나가 <도선디자인>만의 홍보구역으로 바뀐 것. 밝아진 분위기에 주변 업체들도 좋은 반응을 보였다. 이때 <도선디자인>을 찾은 이들이 지금도 매장을 찾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어렵사리 쌓은 브랜드 이미지를 한순간에 잃을 뻔한 위기도 있었다. 건물주가 바뀌면서 임차한 건물에서 나오게 된 것이다. 매장과 공방이 한꺼번에 사라질 위기에서 이 대표는 현재의 기장 아웃렛에 입점하게 된다.
청년창업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참여한 패션위크에서 이 대표의 제품을 높이 산 롯데 바이어와의 인연이 이어진 것이다. 현재 이 대표는 서면의 다른 장소에서 매장과 공방을 오픈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서면과 기장을 바쁘게 오가는 그의 가장 큰 고민은 고객이 원할 때 곧바로 제품을 제공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한계. 자정을 훌쩍 넘겨 작업을 하고 있음에도 제품의 특성상 매월 30개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객을 놓치는 일이 잦아지면 자칫 브랜드 자체의 신뢰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 대표는 판매 물량을 확보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
판매 역시 오프라인 매장에 우선 집중할 계획이다. 제대로 만든 제품을 직접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판매하려는 것이다. 온라인 주문을 의뢰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 대표는 자금이 확보되고 일정 수준의 물량이 제작된 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는 생각이다.
향후 이 대표는 가방과 소품 뿐 아니라 생활 인테리어제품까지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신뢰도 있는 브랜드 구축을 중요시하는 그가 회사 이름에 ‘디자인’이라는 이름을 굳이 넣은 것도 그 이유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원하는 제품을 그만의 감성으로 제작해 세상에 내놓겠다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멋을 더하는 <도선디자인>만의 감각적인 제품 탄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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