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한 순간 새겨 넣는 추억의 흑백사진
화려한 색상이 배제되고 명과 암으로 이루어진 흑백사진은 오히려 피사체를 강렬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우리는 그 어느 것보다 흑백사진에서 특별한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이충엽 대표의 그리다는 이러한 흑백사진을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공간. 부산의 역사가 담긴 국제시장 속 향수가 느껴지는 사진관 그리다를 찾았다.
어떻게 흑백사진관을 창업하게 되었나
아버지께서 신문사의 사진기자였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사진에 관심이 많았고, 오랜 취미로 사진을 찍어왔다. 사실 창업 전에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한 친구를 만나게 되었는데, 나랑 같은 나이임에도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더라. 교사 생활을 하다 카페를 차렸고, 다시 심리학 의사로 활동하는 친구였다. 그때 나를 돌아보게 됐다. 나 역시 다양한 것에 관심과 호기심이 많았는데, 진짜 부딪쳐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공부를 중단하고 2년 정도 창업 준비를 했다.
처음부터 흑백사진관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에서 지역학을 전공한 터라 지역역사와 도시 재생에 관심이 많았고, 부산에서 문화가 있는 복합적인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부산은 아직 역사와 정취가 많이 남아 있는 도시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도시 재생에 관심이 생겨나고 있고. 그래서 공간의 기반이 될 만한 카페를 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이름이 난 바리스타 카페에 들어가 손님을 대하는 법이나 전체적인 운영 노하우를 익혔다.
그러던 중에 국제시장 활성화 사업에 지원했고, 이 공간에 어울릴 콘텐츠가 뭘까 생각하다 흑백사진이 떠올랐다. 사진을 오랫동안 좋아했던 나에게도, 역사가 간직된 국제시장이 주는 매력과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창업 준비를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을 텐데
취업 준비를 하던 중 창업을 결심한 터라 주변의 염려는 있긴 했지만, 다행히 지지해 주셨다. 아무래도 자금이 없어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창업에 있어서 더 본질적인 것에 관심을 가지기로 했다. 돈도 매우 중요한 문제였지만, 어떻게든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스스로 창업을 하기 위해 무엇을 갖춰야할 지에 대해 고민했다. 내가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그 아이템에 필요한 지식이 무엇인지 공부를 했다.
나는 하나의 분야를 오랫동안 파고드는 것보다는 다양한 관심 분야를 경험하고 접목해 보는 데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또 사람들을 돕고 나로 인해 주변이 만족을 얻을 때 행복감을 얻는다. 창업을 하면서도 그런 나의 모습을 살려,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창업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특별한 비즈니스 모델인데, 마케팅은 어떻게 했는지
어린 시절부터 사람을 대하면 마음이 편하고 좋았다. 그러다보니 상대도 나를 편하게 느끼는 것 같고. 사진을 찍는 건 사실 긴장되는 일이지만, 촬영 과정에서 사람들을 편하게 해드리려고 한다. 사용 후기를 봐도 많이들 좋아하신다. 나는 창업을 하면서 한 분 한 분에게 만족감과 행복감을 드리면, 이분들이 또 입소문을 내주시는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지금도 우리 공간에 오는 분들은 무조건 만족하고 돌아가도록 하는 것에 제일 중점을 둔다.
사실 사업 초기에는 굉장히 힘든 시기를 거치기도 했다. 물건을 판매하는 곳도 아니었고, 체험 서비스다 보니 온라인 판매망을 갖출 수도 없었다. 그러다 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정보업체가 취재를 해갔는데, 기사가 하루 만에 12만 뷰를 찍었다. 마침 방학 시즌이 맞물리면서 순식간에 손님이 몰렸다. 그 이후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흑백사진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흑백사진 자체의 정취가 연배가 있는 분들에게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 ‘그리다’를 지나는 분들도 걸려 있는 흑백사진을 보고 많이들 반가워하시고, 요즘 세대는 낯설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세대가 서로를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흑백사진은 사람의 고유한 표정과 느낌을 잘 살리고 담을 수 있다. 사진에 찍히는 표정을 보고 있으면 오히려 그분들에게 내가 에너지를 얻는 경우가 많다.
문화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그리다’가 어떤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싶은지
언젠가 만삭의 어머니 한 분이 오셔서 사진을 찍은 적이 있었는데, 그분이 아이를 안고 다시 오셔서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한 사람의 인생에 내가 사진을 통해 관여하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다. 창업 초기엔 사진관 콘텐츠로 계속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공간에서 다른 사진사가 왔을 때 사람들에게 지금의 경험을 드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들었다. 물론 잘하는 분들이 많지만, 내가 이 자리에서 사진을 찍어드려야겠다는 일종의 책임감이 생기고 있다.
그리다가 한 분 한 분에게 인생의 즐겁고 좋은 기억이 될 공간으로 남았으면 한다. 예전에 살 던 집을 찾아갔을 대 느끼는 향수 같은 감정을 이곳에서 느꼈으면 한다. 사진은 시간이 지나도 그때의 감정과 느낌을 되새길 수 있는 매체다. 나 역시 이곳을 찾는 분들의 자연스러운 웃음을 담는데 노력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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