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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CEO열전

<T&J프로젝트> 임수정(6기) 대표

 

소통의 비즈니스로 소외된 아버지의 삶을 어루만지다

 

  하루에도 수십 업체가 생겼다 사라지는 인터넷 쇼핑몰 시장. 그 가운데 두 번째 청춘, 주인은 조금 특별해 보인다. 40대 이상 남성을 위한 패션전문 사이트라는 콘셉트도 독특하지만, 사이트에 들어가 본다면 더욱 남다름이 느껴진다. 밝고 산뜻한 분위기에 재치 있는 글귀, 무엇보다 판매자와 소비자를 넘어선 세대 간의 소통이 이뤄지는 장소라는 기분에서다. 단지 옷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세대 간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 즐겁다는 임수정 대표를 만났다.

 

어떻게 사업을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의류 브랜드의 온라인 마케팅 일을 하면서 인터넷 쇼핑몰 구조를 익혔다.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실패가 적을 것 같아 관련분야에서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인터넷쇼핑 서비스에서 소외된 계층을 찾았는데, 중년남성들이었다. 처음에는 이분들이 과연 인터넷에서 제품을 살까하는 의문을 가졌다. 그런데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한 주변 분들을 보며 편견임을 깨달았다. 이분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아이템을 선정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렇게 40대 이상 남성들이 캐주얼하게 입을 수 있는 의류쇼핑몰을 기획했다. 이분들은 지난 시간 아들로, 남편으로, 아버지이자 가장으로 살아오면서 자기를 희생한 분들이다. 자신을 위한 시간도, 투자할 여유도 없었던 그분들이 자기 삶의 진짜 주인으로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쇼핑몰 이름을 두 번째 청춘, 주인이라고 지었다. 그분들 스스로 자부심과 멋을 느꼈으면 했다.

 

혼자 사업을 시작하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해야 했다. 책을 사서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카메라를 만지는 법, 촬영하고 보정하는 법도 처음부터 배워나갔다. 외부에 업무를 맡기기엔 돈도 부족했고, 추후에 외주를 준다고 해도 제가 알고 있어야 원하는 바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대표님들도 그렇겠지만, 직접 발로 뛰었다. 동대문을 찾아가 상가를 전부 다녔다. 중년남성 한분과 함께 가 그곳에서 판매하는 거의 모든 바지를 입혀 봤다. 디자인, 신축성, 마감까지 원하는 제품을 찾고 싶었다.

 

혼자서 업무를 다 하다니 체력이 대단한 듯하다

운동을 좋아하고 체력도 좋았던 것 같다. 직장에서도 하드워킹을 하는 타입이었다. 창업을 하면서 일부러 스케줄을 빽빽하게 잡았다. 정확하게 기한을 정하고 스스로를 몰아세우기도 했다. 요즘 체력이 떨어져 식사를 잘 하려고 노력한다. 집에서 창업하고 3개월 후 사무실을 열었는데 페인트도 직접 칠하고 가구나 바닥타일 공사도 혼자서 해결했다. 즐겁기도 했지만, 너무 힘들었다. 다신 그렇게 못할 것 같다.

 

주요 고객층이 중년남성인데 특별한 마케팅 방식이 있었나

저희는 고객님이라는 표현보다 선생님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저를 비롯해 회사 구성원들 모두 그분들보다 어리기도 하고. 연배가 있는 분들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다. 기본적으로는 온라인광고를 진행했다. 두 번째 청춘, 주인이라는 이름만으로는 중년남성을 위한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기 어려울 것 같아 그분들이 향수를 느낄 만한 콘텐츠를 제작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연필이나 성냥에 대한 추억이 담긴 이야기 등이었다. 소셜미디어도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보다는 카카오스토리를 활용했다. 소통의 내용과 질에 신경을 썼다. 단순히 구독자를 늘리는 것이 아닌 가까운 사람과 대화하듯 이야기를 나눴다. 그분들도 회사 대 내가 아닌 회사의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고 생각해 주시더라. 감사하게도 선생님들이 많은 소문도 내주셨고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쇼핑몰에 주인의 편지라는 카테고리가 인상 깊었다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재밌는 일이 참 많았다. 그런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다. 언젠가 한 선생님과 통화를 한 적이 있었다. 자녀들 도움 없이 스스로 인터넷 쇼핑을 해보고 싶다고 하셨다. 아직 클릭이나 배너라는 단어도 익숙하지 않은 분이었는데 두 시간동안 통화 끝에 결국 결제에 성공하셨다. 스스로 뿌듯해하는 선생님을 보면서 너무 감격적이었다. 그런 일이 재밌고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 우리 사이트를 찾는 분들이 그런 기쁨을 함께 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적은 것이다.

 

인터넷에 댓글들이 많은데 나이가 있는 분들에겐 댓글 다는 일도 쉬운 건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주인의 편지글에는 한 번씩 진심어린 댓글을 달아 주신다. 그런 순간마다 일에 보람을 느끼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새로 입사한 막내직원이 아버지에게 편지를 써서 올렸다. 아래에 한 분이 격려의 글을 달아 주셔서 직원들 모두 감동을 받았다.

 

어떤 회사를 만들어가고 싶은지

제가 성격이 조금 차분하고 생각을 오래 하는 편이다. 그래서 제가 가지지 못한 면을 지닌 직원이 오길 바랐다. 지금 함께 일하는 분들이 에너지가 넘쳐서 좋다. 사업을 길게 하진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함께 일할 때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낀다. 함께 마음 써주고 일 해주는 강경무, 강수정, 천민경 이분들이 정말 고맙다. (임 대표는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이름을 실어달라며 말했다. 임 대표의 진심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T&J프로젝트>는 만화 톰과 제리에서 따 온 말이다. 만화에서 둘은 매일 사건을 만들고 즐거워한다. 그들처럼 재밌게 일을 하고 싶다. ‘주인은 그것을 위한 중심축이다. 저희의 노력으로 다른 이들이 인생의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도 세상에 좋은 흔적을 남긴 인생이고 싶다. 요즘 매장이 없느냐는 문의를 많이 받는다. 언젠가 중년남성분들이 백화점의 여성들처럼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실버사업의 폐해는 젊은 세대와의 분절이다. 젊은이도 찾아오는, 연륜의 지혜와 매력이 느껴지는 곳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직원들이 행복한 거다. 직원이 행복하면 그들이 회사를 가꾸게 되고, 또 선생님(고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도 자연스럽게 제공된다. 하루에 절반 이상을 일하는데 그들이 보람을 갖고 일했으면 좋겠다. 저는 이분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만 고민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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