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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CEO열전

<한국생활수경> 유영란(8기) 대표


식물의 따뜻한 힘으로 당신을 위로하다

 

현대인들은 아프다. 숨 돌릴 틈 없는 일상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긴장에, 내일과 오늘의 괴리에 짓눌려 많은 이들이 불안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한때 미디어가 연일 힐링을 쏟아냈던 이유는 그만큼 우리가 따뜻한 위로에 목말랐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치유가 필요한 현대인들에게 위안을 주는 존재가 있다. 청록의 기운을 품은 이른바 식물이다. <한국생활수경>의 유영란 대표는 상처받은 마음을 위한 반려식물을 통해 자연의 힘을 고객들에게 전하려 한다.

 

한국생활수경을 소개 부탁한다.

한국생활수경은 수경재배를 매개로 식물재배 교육서비스와 홈가드닝 제품을 제공하고, 나아가 도시재생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다. 수경재배는 흙을 사용하지 않고 물과 양액으로 식물을 재배하는 방식으로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생활수경은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다, 교육을 받은 후에는 직접 식물을 재배하여 보거나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직접 기른 식물을 판매할 수도 있다.

 

창업은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개인적으로 10년 넘게 학습지 교사로 일하며 지국장 자리까지 올라갔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일에 대한 회의가 들더라. 사람들에 대한 실망감도 커졌고 점점 지쳐갔던 것 같다. 결국 일을 그만뒀는데, 계속 일을 하던 사람이라 그랬는지 집에 있는 게 힘들었다. ‘경단녀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도시농업 교육에 마음이 이끌렸다. 교육을 받으면서 식물을 만진다는 게 너무 좋았다. 일을 하면서 다쳤던 마음도 위로를 받았다. 파종부터 수확까지 식물을 키우는 법을 배우면서 조경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저 스스로 식물을 통해 치유를 받은 만큼 원예치료사 자격증도 땄고, 공부도 더 하고 싶어 방송통신대학교의 농학과에도 편입을 했었다.

이후 생활수경강사 양성과정에서 강의를 하면서 창업에 대한 마음을 갖게 됐다. 프리랜서 강사로써는 활동에 한계를 느낀 데다, 강의 중에 많은 분들께서 생활수경이라는 분야에 큰 관심을 보여 시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분들에게 식물을 쉽고 즐겁게 키울 수 있도록 필요한 수경재배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겠다고 봤다. 강의를 하며 제가 키운 공기정화식물을 보여주니까 사람들이 좋아하시면서 구매 의사를 많이 밝혔다. 그래서 지난해 1월 창업에 나섰다.

 

특별히 식물이라는 아이템에 관심가진 이유가 있었나.

어린 시절 마당이 있는 집에 살았는데, 아버님이 마당에 화단도 가꾸고 텃밭도 일구셨다. 저희 아버님이 식물을 정말 잘 키우셨다. 나이가 드신 지금도 아파트 화단에 버려진 화분이 있으면 아버님이 가져와 가꾸곤 하신다. 그러면 죽어가던 식물들이 살아나더라. 그런 면모가 제 안에 흐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실은 저뿐 아니라 제 남동생도 현재 공부를 하고 조경기능사로 일하고 있다. 식물에 물을 주면 꽃이 피고 잎도 생기를 되찾는다. 그게 너무 기분이 좋다. 개인적으로 꽃도 좋지만 잎을 더 좋아한다. 특히 공기정화식물은 잎의 색이 푸르고, 정성을 들이면 윤기도 돌아 너무 예쁘다.

 

아이템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주신다면.

최근 반려동물과 함께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저희는 공기정화나 관상용, 식용을 목적으로 식물을 기르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플라린이라는 브랜드를 개발했다. 식물(Plant)에 이웃이라는 뜻의 한자 린()을 합성한 말이다. 주로 판매하고 있는 공기정화식물의 경우에는 10~15가지 정도 종류가 있다. 계절에 따라 제가 선별해 판매 중이다. 아무래도 아이템이 생물이기 때문에 포장과 발송에 신경을 많이 쓴다.

저는 가능하면 식용 식물보다는 관상용 식물을 판매하려 한다. 실내에는 해가 충분히 들기 어려워 식용 식물을 소비자들이 잘 키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면 좋은 제품을 보내도 결국 회사 이미지가 좋아지는 게 어렵다. 다만 새싹인삼은 반그늘에서도 잘 자라기에 판매를 하고 있다. 새싹인삼은 3주 정도 키우면 먹을 수 있어 건강식으로 많은 분들이 찾고 있다. 현재 카페나 음료매장에 판매하고 있다.

 

창업 후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인가.

제가 부산 마스터가드너(도시농업 활성화를 주도하며 생산적인 여가활동과 사회 자원봉사 등으로 지역사회를 선도하는 도시원예 분야의 재능나눔 민간전문가) 회원이라 장애인시설이나 복지관 등에 가서 가드닝을 하곤 한다. 거기서 만난 많은 분들이 함께 식물을 만지면서 표정이 밝아지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 농사가 혼자 지을 수 있는 게 아니다보니 마음을 닫았던 분들도 함께 작업을 하면서 마음이 풀어진다.

한부모 가정을 대상으로 반려식물을 함께 키우며 상담하는 수업도 진행했는데, 처음에는 수업을 꺼리던 분들이 점점 수업을 즐거워하던 걸 보면서 기뻤다. 우리는 결국 모두 자연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 부탁드린다.

제가 경력이 단절된 상황에서 이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앞으로 저와 같은 상황의 사람들을 채용해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생활수경은 여성들이나 나이 드신 분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제 꿈은 다섯 명 정도의 사람들과 함께 기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리고 현재 제게 수경재배 교육을 받은 분들과 함께 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는데, 얼마 전 부산시도시재생센터에서 진행하는 마을공동체역량강화사업에 저희가 선정되었다. 그래서 앞으로 공동체 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운영의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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