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세일즈로 고객의 마음을 얻는다
창업지원사업 8기를 수료한 문창배 대표는 지난해 5월 <코먼>을 설립했다. 15년 가까이 조선‧자동차 부품 영업을 해 온 그는 자신만의 노하우와 인적 인프라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해양자원개발 기업에 설비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창업 2년차를 맞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문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처음 사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저는 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만 했다. 독일계 회사였는데, 10여 년을 다니다 건축 사업을 하는 지인이 영업과 온라인 마케팅을 부탁하면서 회사를 나왔다. 함께 사업을 진행하면서 저 나름대로의 사업을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업 후에는 제 사업에 좀 더 집중하는 편이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퇴사 한 직장 선배들과 한 번씩 만나면, 다들 제게 직장 생활을 왜 계속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더라. 다들 창업을 하니까 좋다고 말했다. 물론 회사 조직 안에서 그러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업을 하면 자신의 비전을 펼칠 수도 있고 세상을 향한 문도 넓어진다는 조언이었다. 고객사에서도 제게 본인 사업을 해보라고 추천하기도 했다. 제게는 창업이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창업을 하니까 개인적으로 더 좋은 것 같다. 무엇보다 시간을 활용하는 데 있어 좀 더 효율적이다. 반드시 정해진 시간이 아니더라도 일을 하거나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그리고 고객을 응대할 때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좋은 점이다.
다만 혼자 회사를 운영하다보니 요즘 살짝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제가 외부 업무를 볼 때 안에서 서류를 정리해줄 사람이라도 있어야할 것 같다.
선박이나 자원개발 시설 부품을 다루고 있는데
호주의 <인펙스INPEX>라는 기업에 설비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가스 유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CPF(Central Processing Facility: 가스중앙처리시설)라는 설비가 필요하다. 뉴스나 영화 등에서 봤을 거다. 해저의 오일이나 가스를 추출하기 위해 바다 위에 지어진 사각형의 구조물이다. 쉽게 말해 바다 아래에 관을 꽂아 가스를 뽑아내기 위한 고정 장치이다. 이렇게 뽑아 올린 가스는 FPSO(Floating Production Storage Offloading: 부유식 생산·저장설비)라는 배로 옮겨진다. 이 배는 가스를 저장‧운송하거나 다른 배로 가스를 옮겨 싣는 역할을 한다. 저는 이러한 설비의 부품이나 장치를 고객사에 납품하는 업무를 하는 거다. 고객사에서 원하는 해외제조사의 부품을 구매한 후 현지에서 고객사에 바로 보내는 방식이다. 중개무역인 셈이다.
고객사나 제조사가 직접 부품을 거래하지 않고 문 대표를 거치는 이유가 있는가
고객사의 경우 수억에서 수십억 원 단위의 설비를 구매한다. 제가 납품하는 부품은 수천만 원 규모이다. 그런데 이 부품 계약에도 표준계약서를 마련해야하는 등 준비 절차가 복잡하다. 한마디로 고객사의 입장에서는 귀찮은 일이다. 제 역할은 고객사가 원할 때 쉽게 구매가 가능하도록 돕는 거다. 설비의 안정성도 체크하거나 A/S도 엔지니어를 고용해 지원한다.
한편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대형 고객사의 벤더로 등록하기 위한 조건이 까다롭다. 제품을 인증 받고 납품업체로 등록을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데, 고객사는 그 시간을 기다려 줄 여유가 없다. 그러다보니 이미 벤더로 등록된 저희 회사를 이용하는 거다.
관건은 고객사가 원하는 적합한 부품을 가장 빠르고 경제적으로 납품할 수 있느냐다. 지난 시간 쌓아온 공급업체풀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제조사 별 특징이나 시장 내 평가 정보 등도 노하우다.
다른 경쟁사에 비해 코먼만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건 고객사와의 관계 형성이다. 만약 고객사와 신뢰가 쌓여 있으면, 다른 업체가 개입해도 저희 쪽으로 정보를 어느 정도 주기 마련이다. 그러면 저도 대응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관계가 없다면, 가격으로만 결정이 될 것이다.
제가 이렇게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던 건 고객과 자주 만나기 때문이다. 의외로 다른 업체는 고객사를 자주 찾아가지 않는다. 사업의 다른 부분에 비중을 두고 있는지 모르지만, 고객사와의 관계를 강화하지 못하면 결국 시장에서 도태된다.
제 생각은 그렇다. 자주 보고 대면해야 인간적인 교류도 생기고, 무엇보다 직접 고객의 어려움과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사람이 표현할 때는 말뿐 아니라 표정이나 어조 같은 게 있다. 어쩌면 그렇게 전달되는 메시지가 더 클 수도 있다. 어떤 분은 카톡 메시지로 영업을 하는 분이 있는데, 저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영업을 하는 분들은 다 알고 계시는 사실일 거다. 그러나 알고 있음에도 멀리 있는 고객사를 가야할 경우 주저할 때가 있다. 저는 조건 생각하지 않고 찾아 간다. 저 나름의 ‘이모셔널 세일즈’이다.
대부분 해외제조업체의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조선 관련 회사가 있음에도 국내의 중견 제조기업 가운데에는 국제 인증을 받지 못한 회사가 많다. 저희 분야에는 필요한 증명서가 많은데, 인증을 받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들다보니 기술력을 갖추고도 인증서가 없어 해외 고객사에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개인적으로 국산 부품을 수출할 수 있다면 가장 좋다. 국위선양도 하고.
하지만 맞는 기업을 찾기 어렵다보니 결국 고객사가 원하는 해외기업의 제품을 공급해주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는 기술력이 좋은 국내 기업을 꾸준히 추천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 역시 고객사가 일정량의 발주를 약속한다면 인증을 받을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안다.
스타트업 기업으로서는 쉽지 않은 규모의 아이템을 유통하는 것 같다
다행히 직장 생활할 때 모아둔 돈이 있었는데, 창업 후 첫 계약을 한 후 제품을 사니 돈이 모자라더라. 창업지원사업의 긴급구매자금 대출로 첫 고비는 넘겼다.
사실 창업지원사업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창업 당시 부산경제진흥원의 추천서와 신용보증기금 보증서를 받아 대출 신청을 하려고 하니, 공지된 지원금에 비해 턱 없이 적은 금액만 대출이 가능했다. 지원사업안에는 1억 원이 가능하다고 해놓고 2,500만 원만 대출이 가능하다는 거였다. 업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창업 기업들은 당연히 업력이 부족한 거 아닌가? 그 지원금도 제 개인 신용도가 1등급이라 가능하다고 하더라.
여기에 1인 창업기업이라 소상공인으로 분류된 것도 이유였다. 분식점이나 소매상인 분들과 같은 카테고리다. 물론 그분들도 자본이 많이 필요하실 수 있지만, 저는 조선 설비를 취급하는 업종인데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게 의아했다. 답답함에 담당자에게 상황을 설명했지만 결국 한계가 있어, 개인적으로 따로 자금을 융통했다.
창업지원사업을 운용하는 분들이 많은 수고를 하시지만, 실제 창업가들이 정말 혜택을 받고, 우리나라가 창업을 할 만하다고 느끼게 해줘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놓치고 있지는 않나 해서 아쉽더라.
향후 계획을 말씀해 주신다면
고객사와 좀 더 긴밀한 협력을 위한 호주 법인을 검토 중이다. 현재 인펙스가 개발 중인 가스전은 40년 정도의 공사 기간이 필요한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 기간만큼 설비의 공급, 보수 유지가 필요한 셈이다. 그 주문을 꾸준히 처리하기 위해서는 호주 법인이 필요할 것 같다. 이를 위해 국내 물량을 담당할 국내 상주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다. 경리 업무를 담당할 인력도 필요하다.
또한 지금처럼 제가 제품을 구매해 납품을 하는 방식과 별개로 에이전트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제품을 제가 직접 구매하지 않고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독일이나 북유럽 기업들에게 특정 지역의 에이전트쉽을 받아내는 작업을 진행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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