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를 이용한 연금술을 맛보다
빵, 김치, 막걸리, 된장, 치즈. 식탁에서 즐겨 먹는 음식이다. 고소한 빵과 치즈, 깊은 맛의 김치와 된장 그리고 시원한 막걸리까지. 언뜻 보면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 음식들은 모두 발효과정을 거친다. 발효는 미생물이나 균이 가지고 있는 효소를 통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거쳐 얻어진 산물이 바로 발효식품인 것이다. 대표적으로 막걸리를 제조할 때 쓰는 미생물을 효모라고 하는데, 효모가 부리는 시간의 마법이 건강과 함께 풍미를 올려준다. 여기 발효를 통해 연금술을 하는 대표가 있다. 제이케이크래프트의 조태영 대표를 만나보자.
제이케이크래프트는 어떤 회사인가
크래프트라는 영어단어는 손으로 만들어낸 창작물을 뜻한다. 저희가 연구하고 주력하는 분야는 효모나 미생물을 이용하여 손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창작물을 개발하는 것이다. 효모나 미생물을 이용한 첫 번째 스토리가 양조이다. 저희가 막걸리만 만드는 회사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대표님의 이력을 보니 일본 공인 소물리에, 사케 전문가이시라고
양조학을 전공하고 와인, 맥주, 사케를 공부했다. 사케를 위해 일본 유학을 하면서 일본의 장인정신에 영향을 받았다. 일본의 양조장은 우리보다 일찍 공장화를 거쳤지만, 작업하는 방식은 전통방식 그대로를 고수한다. 반면 한국은 공장화를 늦게 거쳤지만, 기계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그러다 보니 양조의 모든 공정을 자동기계화하고 술맛을 조미해 만들어 낸다. 이것을 보며 고유의 전통술 그리고 장인 정신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전통술 문화는 예부터 집에서 술을 빚어 먹던 가양주 문화에서 시작한다. 집에서 할머니, 어머니가 만든 술은 특색 있지만, 매번 맛이 다르다. 이것이 가양주가 상품화되지 못한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저는 이것을 상품화시켜 보겠다고 생각했다.
화려한 이력을 두고 굳이 막걸리를 선택 한 이유가 있나
와인, 맥주, 사케는 이미 시스템화되어 있다. 인공적으로 만든 우량 균을 넣어 원하는 도수와 맛을 만들 수 있게 모든 부분이 정량화되어 있다. 하지만, 수제 막걸리는 그렇지 않았다. 제가 만드는 막걸리의 경우도 지금 만들고 있는 막걸리가 어떤 맛을 낼지 만드는 과정에서 알 수 없다.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한 가지 균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수만 가지의 균을 넣어서 그들이 내는 하모니를 즐기는 편이다. 우리 회사의 모토가 ‘자연이 빚은’ 이다. 발효과정을 자연에 맡겨두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주 조금씩 편차가 존재하고 만들 때마다 미세하게 다른 풍미가 재밌다. 저희 브랜드의 이름이 기다림인 이유도 자연이 만드는 풍미를 기다린다는 의미에서 브랜드 네임을 기다림으로 정했다.
지금은 3종류의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 인공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았기 때문에 두통과 더부룩함이 없다. 우리는 자연이 선물하는 맛 그대로를 전하고 있다. 그래서 부드럽고 과일이나 꽃향기가 난다. 많은 균이 만들어 내는 풍미가 술을 부드럽고 섬세하게 만들어서 드셔보시면 지금까지의 막걸리와는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다.
장인 정신이 느껴진다
저는 상품의 편차를 줄여 표준화하고 소량생산이지만 가치 있게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작업이 손으로 하는 장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일을 오래 했다고 해서 장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상품을 만들겠다는 철학 없이 기계적으로 만들면서 오래되었다는 역사만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제가 전통계승에 대한 사명감으로 뭉친 것은 아니고 제가 잘하는 일에 대해 노하우를 알려 주는 것에서 의미를 찾는다. 저희 술도 전통주로 분류가 되는데 과연 전통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도 아직 찾지 못했다. 저희 술은 물리적 전통이 없다. 종가에서 몇 대째 내려오는 방식으로 만든 그런 술이 아니다. 전체 시장에서 보면 1%밖에 안 되는 술이다. 하지만 이런 술이 차지하는 시장이 커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저보다 젊은 친구들의 육성에도 힘을 쓰고 있다.
제품 생산과 유통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
매력적이지 않은 상품은 만들지 말자는 생각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모든 제품은 제가 손수 생산하고 있으며 유통 또한 제가 하고 있다. 유통을 위탁하게 되면 제품을 통해 소비자에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모두 전달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유통은 결국 브랜드에 스토리를 불어 넣고 어떻게 소비자에게 다가갈 것인지를 구상하는 것이다. 술을 잘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술을 잘 만들면서 시장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한다. 보통 전통주를 하시는 분들은 SNS로 홍보하지 않는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르다. SNS를 통해서 고객들과 소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저희가 설정한 주 타깃 층이 여성분들이기 때문에 SNS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편이다. 저희가 유통하는 가게들도 여성분들이 많이 찾는 가게를 위주로 납품하고 있다.
창업 과정에서 힘들었던 일이나 운영상의 어려운 점은?
저는 20대 후반부터 시작해서 여러 업종에서 창업을 해왔다. 몸으로 부딪치며 쓴맛도 많이 봤지만, 쓰러져도 일어서기를 반복하다 보니 겪었던 경험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성공하는 법이 아닌 망하지 않는 법을 터득했다. 이것을 기반으로 창업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다. 특히 제이케이크래프트를 창업하기 전에는 정말 벼랑 끝에서부터 시작했다. 창업하고 1년 동안은 수입이 나지 않아서 생활적으로 너무 힘들었지만,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으로 버텼다.
어떤 브랜드로 남고 나아가고 싶은지
그저 잘 팔릴 것 같은 상품이라서 만든 것이 아닌, 저와 자연이 만든 상품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오래오래 자리 잡았으면 한다. 브랜드에 담긴 저의 철학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첫 번째 스토리인 양조를 시작으로 두 번째 스토리로 효모를 이용한 화장품을 개발 중이다. 기다림을 만들면서 나온 효모를 이용한 것이다. 차후 계획은 기다림의 효모를 베이스로 건강기능식품, 치즈와 빵을 개발할 예정이다. 저의 최종 목표는 재강을 사료로 만들어서 가축에게 먹임으로써 육류가공을 하는 것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쌀을 이용한 양조를 시작으로 해서 부산물로 가축들의 사료를 만들고 이것을 먹고 생산한 분뇨를 다시 쌀을 심는 거름으로 사용하는 선순환을 꿈꾸고 있다. 자연과 함께 만든 제품이기 때문에 다시 자연으로 돌려주는 자연 친화적인 사업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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