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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트렌드

무소유의 경제학

 

 

무소유의 경제학

 

지름신이 강림했다! 충동에 이끌려 정신없이 소비할 때, 우리는 지름신을 탓하곤 한다. 여기 지름신을 원망하는 한 사람이 있다.

교통비 절약과 다이어트의 꿈을 가지고 호기롭게 자전거를 ‘지른’ 모 씨. 궂은 날씨와 잦은 약속을 빙자한 게으름으로 방치된 자전거는 끝내 먼지와 녹으로 뒤덮였고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모 씨의 사례가 우리는 낯설지 않다. 이유는 가지각색이지만, 구매한 물건을 사용하지 않다가 결국 제기능을 상실하면서 재화를 낭비한 경험이 한 번은 있기 때문이다.

만약, 모 씨가 자전거를 소유하지 않고 빌려서 며칠 경험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니면 모 씨가 사용하지 않을 때만 잠시 다른 사람에게 소유권을 넘겨주고 비용을 받았다면 눈물의 고별인사는 없었을 것이다. 떠나간 비용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넉넉하다면 그리 큰 타격을 입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금부터 예비 창업가와 초기 창업가를 위해 무소유가 도움이 되는 ‘공유경제’에 대해서 알아보자.

 

무소유가 소유가 되는 마법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건 중 매일 사용하는 물건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사용하지 않아도 매시간 가치가 절하되고 있다. 냉장고에서 상해가는 음식처럼 그대로 두어도 감가상각으로 경제적 가치를 잃어 가고 있는 것인데 한 예로, 자동차의 실제 이용 시간은 하루의 5%라고 한다. 결국 자동차는 하루 중 22시간 48분의 시간을 주차장에서 보낸다는 뜻이다. 생각해 보자. 우리가 낮에 카페를 가고 회사를 가면서 집은 비어 있다. 빈방과 거실은 사용 중이 아니지만, 월세와 공과금은 그 시간을 고려하지 않는다. 이렇듯 개인을 넘어서 사회 구성원이 유휴자원으로 낭비하고 있는 경제적 가치의 합은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공유경제는 놀고 있는 자원을 공유하고, 높은 효율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뜻이 있다.

제레미 리프킨은 <소유의 종말>(2000년)에서 소유의 시대는 가고 접속의 시대가 올 것이라 예견하였다. 여기서 접속이란 표현은 물질적 소유보다 대상이 가지는 가치를 평가하고 누리는 소유권을 말한다. 다양한 가치를 소유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표현한 단어다. 즉, 앞서 모 씨의 니즈(needs)는 자전거의 소유가 아닌 자전거를 이용하여 이루고자 했던 여러 가치의 소유를 말한다. 따라서 모 씨가 필요한 시간에 사용하고 언제든 반납이 가능한 공유자전거를 이용했다면 경제적 효율을 얻었을 것이다. 모 씨가 공유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기존의 가치에서 보면 마치 무소유처럼 보이지만, 공유경제 속에서 보면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무소유와 소유의 벽이 공유경제로 허물어지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인 공유경제가 우리에게 실제로 어떤 이점을 주는지 아래에서 살펴보자.

 

 

 

쉐어 오피스, 사무실을 공유하다

예비 창업가와 초기 창업가의 가장 큰 현실적 고민은 자본이다. 나의 열정과 아이디어 그리고 확실한 수익 모델로는 아쉽지만, 사업자등록을 할 수 없다. 사무실이 없기 때문이다.

초기 인프라 구축에 많은 자본을 사용하기 어려운 분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쉐어 오피스’를 이용해보자. 저렴한 이용료는 기본이고 사무실을 나누어 쓰는 것이기 때문에 공간뿐만 아니라 사무에 필요한 기본 시설도 함께 제공된다. 오피스 별로 제공되는 서비스가 다르지만, 팩스부터 인터넷, 복사기, 우편물의 수령과 회의실 사용, 사업자등록까지 할 수 있다. 월 단위부터 일 단위까지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다.

쉐어 오피스는 사무실이 필요한 사람들이 모이는 열린 공간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창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에너지도 얻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가격 외에도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부산의 대표적 쉐어 오피스에는 ‘패스파인더(Pathfinder)’와 ‘위워크(WeWork)’가 있다.

쉐어 오피스를 통해 창업한 기업 간의 긴밀한 네트워킹으로 새로운 사업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쉐어 오피스 입점 기업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연계해서 이용 할 수 있다면 소비자는 합리적 소비가 가능하고 입점 기업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입점 기업의 성공은 쉐어 오피스 전체에 활기를 가져온다. 쉐어 오피스가 제공하는 서비스 영역을 넓히는 방법도 있다. 쉐어 오피스를 운영하는 운영기업이 사업컨설팅과 홍보 마케팅을 담당해 준다면 쉐어 오피스는 하나의 거대한 종합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다. 단순히 사무실을 나누어 쓰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가치 창출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에 쉐어 오피스의 선순환을 기대해 본다.

 

 

 

쉐어 키친, 주방장이 바뀌는 주방

먹방의 선진국답게 국내 외식업의 경쟁은 치열하다. 나만의 레시피를 가진 일류 요리사부터 요리 연구소를 운영 중인 프랜차이즈 회사까지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외식업 창업의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요리 연습을 하기에 가정집 주방은 장비부터 한계가 있다. 창업을 위해서는 아니지만, 취미 또는 이벤트 등을 위해 요리가 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 인터넷 방송 콘텐츠를 위해 집에서 실험적인 요리를 하다 보면 엄마의 핀잔을 듣기 일쑤다. 마음껏 요리할 수 있는 곳은 없는 걸까? 만든 요리를 손님에게 선보이고 싶은데 나만의 가게가 꼭 있어야 가능한 것일까? 쉐어 키친은 이 모든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해 준다. 가정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여러 주방 기구를 사용해볼 수 있으며, 손님에게 음식을 판매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도 있다. 요리 설비부터 매장 인테리어까지 많은 자본이 필요한 외식업 창업을 손쉽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부산에 위치한 쉐어 키친은 아쉽게도 취미 또는 이벤트를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덕천키친’ 밖에 없다. 예비 창업자와 초기 창업자를 위한 쉐어 키친이 부산에도 어서 생겼으면 한다.

 

 

 

새로운 파이 공유경제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에 따르면 글로벌 공유경제 규모는 2013년 약 16조4000억 원에서 2025년 약 365조8000억 원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공유경제를 대비하기 위해 세계의 카 쉐어링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야 아이템이 보인다. 주차장, 의류, 숙박, 자동차 등 공유경제를 통해 새로운 사업으로 부상한 모델이 많다. 우리 생활에 스며들어 있지만, 새로운 경험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공유경제 속의 파이를 많이 드시길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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