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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S WAY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열심히 하라

 <이미지 출처 : 월트 디즈니 홈페이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열심히 하라

<마블>의 아버지 스탠 리

 

1. 꿈으로 세상을 사로잡은 남자

지난 11월 12일 한 남자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에 숱한 할리우드 배우들과 제작자들이 추모의 메시지를 보냈다. 뿐만 아니다. 그가 창조해 낸 세계에 열광했던 수많은 팬들 역시 슬픔과 애정을 표했다. 비행사 스타일의 안경, 단정하게 빗어 넘긴 흰 머리와 콧수염으로 기억되는 그의 이름은 스탠 리, 10여 년간 전 세계 영화계를 주름잡고 있는 ‘마블’ 영웅들의 창조자이다.

 

스탠 리의 본명은 스탠리 마틴 리버(Stanley Martin Lieber). 우리가 알고 있는 ‘스탠 리’라는 이름은 그의 필명이다. 원래 소설가가 되고자 했던 그가 후에 위대한 작품을 썼을 때 본명을 드러내고자, 만화책을 그릴 때 사용한 이름이다. 그러나 이제 스탠 리의 이름은 코믹스 역사 가장 위에 자리한 이름이 됐다. 한 개인의 꿈이 세상을 사로잡은 대중문화콘텐츠가 된 것이다.

 

2. 책을 사랑한 소년, 히어로를 창조하다

스탠 리는 1922년 뉴욕 맨해튼의 한 유태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려서부터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다. 스탠 리는 셰익스피어, 마크 트웨인의 작품을 좋아했다. 한 신문사의 작문 콘테스트에서 당선되는 등 이야기를 만드는 데 재능도 있었다. 그는 고교 졸업 후 곧바로 마블코믹스의 전신인 ‘타임리코믹스’에 입사한다. 편집 조수로 일을 시작한 스탠 리의 재능은 1년 만에 그를 편집장으로 만들었다. 그는 이야기와 캐릭터를 구상하고, 화가에게 그림을 그리게 했다. 그리고 완성된 장면마다 대사와 해설을 써 넣었다. 본격적인 만화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가 히어로를 뚝딱 만들어 낸 것은 아니었다. 2차 세계대전 중에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원하지도 않았던 단순한 범죄물이나 로맨스, 호러만화를 만들었다. 전형적인 구성과 단조로운 캐릭터는 스탠 리에게 있어 스트레스였다. 20년 가까이 그저 ‘직업정신’으로 해 왔던 일에 신물이 난 그는 결국 만화계를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이때 스탠 리의 아내는 “어차피 그만 둘 거라면 정말 만들고 싶던 만화를 만들어 보라”고 조언한다. 스탠 리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동료작가 잭 커비와 함께 초능력을 가진 입체적인 캐릭터 만들기에 나선다. 1961년 그렇게 ‘판타스틱4’가 탄생했다. 마흔을 앞둔 나이. 드디어 그 자신이 그토록 원해온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미지 출처 : 월트 디즈니 홈페이지>

 

 

3. 우리 주변의 이야기가 담긴 슈퍼히어로 만화

스탠 리의 만화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이유는 작품 속에 녹아 있는 그만의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슈퍼히어로에 인물의 애환과 고민을 불어 넣었다. 그저 강한 힘과 능력을 자랑하는 것이 아닌, 주변의 소시민들이 함께 겪고 있는 문제를 고민하는 스탠 리의 히어로는 대중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또한 스탠 리는 성소수자나 인종차별 문제, 약물 중독 등 사회적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만화에 반영했다.


돈에 쪼들리는 스파이더맨, 자신의 제어되지 않는 분노가 두려운 헐크나 변해 버린 외모에 고민하는 판타스틱4, 세상의 차별적 시선에 괴로워하는 엑스맨 등, 그가 창조한 영웅은 저마다 결핍과 결함이 있는 이들이었다. 경제대공황과 세계대전, 스스로를 ‘월급쟁이’라 부르면서도 끝까지 창작활동에 대한 성실함을 잃지 않았던 그만이 그려낼 수 있었던 인물들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로써 스탠 리의 히어로들은 대중과 공명했다.


캐릭터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만화가 독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기 원했다. 그는 자신의 만화책에 독자들을 위한 편지를 실었고, 편집자나 작가, 심지어 마블 직원들의 이름도 표기했다. 독자들이 만화 속 인물은 물론 만화를 만든 이들까지도 친구로 느끼길 원했기 때문이다. 이는 스탠 리가 자기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들에 카메오로 출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지 출처 : 월트 디즈니 홈페이지>

 

 

4. 실패와 성공을 넘어 거장이 되다

그가 만든 슈퍼히어로는 마블코믹스를 1960년대 후반 세계 최대의 만화 제작사로 키워낸다. 그러나 스탠 리는 영리한 사업가가 아니었다. 슈퍼히어로물의 미래가 TV와 영화에 있음을 알아채고, 누구보다 빨리 회사를 캘리포니아로 이전하기도 했지만 영상물 시장은 그의 만화를 깔보기 일쑤였다. TV시리즈가 성공을 거둔 후에는 복잡한 저작권 문제와 함께 회사에서 제대로 된 수익 배분을 하지 않아 큰돈을 벌지 못했다. 1999년 도전한 인터넷 사업도 실패하면서 파산을 겪기도 했다.

 

스스로 “재물에 좀 더 욕심을 냈어야 했다”며 말하기도 했지만, 스탠 리는 무엇보다 사람들이 자신의 만화에 열광하는 데 행복해 했다. 그가 창조한 히어로들처럼 완전무결한 영웅이 아닌,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는 ‘친절한 이웃’처럼 살아낸 것이다. 이것이 대중이라는 소비자가 그가 완성한 ‘마블 영웅’이라는 브랜드를 갈수록 사랑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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