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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 INSIGHT

부산의 작은 책방 <오늘의 산책>



오늘, 이야기 속으로 한 걸음 어때요?

 

아담한 책방 한 곳이 대연동에 자리했다. 책장에는 취향을 저격하는 책들이 가득하다. 부산에서 작은 책방’ <오늘의 산책>을 연 이는 박장요, 정유리 대표. 게임 업계에서 개발자로 일하던 그는, 아날로그의 감성에 대한 끌림으로 이곳을 창업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이야기는 두 세상에 모두 필요하다. 두 사람은 골목길의 작은 공간에서 새로운 이야기 세계를 창조해 나가고 있다.

 

Q. 캐릭터나 세계관을 다룬 도서가 많다

(박장요 대표) 저희 취향을 담았다(웃음). 게임 업계에서 일했던 경험이 반영된 것 같다. 이 공간을 만들면서 저희가 즐거워하는 걸 팔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주로 저희 관심 분야나 읽고 싶은 책, 읽고 좋았던 책을 다루고 있다. 대체로 저는 캐릭터나 세계관을 다루는 서브컬처 관련 도서를, 정유리 대표는 그림책을 주로 선별하고 있다.

 

Q. 이러한 공간은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나

창업 전 게임 개발자로 일했다. 늘 가상세계를 다루면서, 제가 창작한 것들이 서버가 닫히면 사라지는 게 아쉬웠다. 실제로 손에 잡히고, 촉감을 느낄 수 있는 대상에 이끌렸다. 그래서 책이 좋아졌다. 책을 좋아하다 보니 서점을 창업하고 싶었다. 그러다 단순히 책을 파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세계관을 가진 작품을 만들어 내는 이야기 스튜디오를 꿈꾸게 되었다. 전부터 문화공동체나 협동조합 같은 로컬 기반의 창작 활동에 관심이 많아서, 언젠가 직접 사람들과 함께 창작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마침 지금의 공간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창업에 나섰다.

저희는 따로 음료를 팔지 않는다. 배고픈 학창 시절, 저 스스로가 이런 공간에 대한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카페에 가서 책을 읽어도 차 한 잔은 사야 앉을 수 있지 않나. 이곳은 큰 제약 없이 앉아서 고객들이 책을 보고, 작업할 수 있도록 운영 중이다.


 


Q. 이러한 플랫폼 사업은 사람들의 관심이 중요할 것 같은데

저희가 간판이 없다. SNS나 블로그로 홍보를 하는데, 그래서인지 타 지역에서 많이 찾아오신다. 멀리서 오는 분들이 많다보니 부산에 관련된 콘텐츠를 많이 소개하려고 한다.

 

Q. 타지 분들이 보는 부산의 콘텐츠는 어떤 이미지인가

부산은 매력적인 도시이다. 하지만 그 매력이 대부분 감춰져 있다.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정보도 거의 서울이 기반이다. 부산의 자생적 콘텐츠는 수도 적고 노출도도 낮다. 그러다보니 부산 사람조차도 서울의 콘텐츠를 더 친숙하게 느낀다. 거기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저희는 외부에서 봐도 매력적인 부산만의 콘텐츠를 생산해보고 싶다. 저희가 생산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부산에서도 소비가 아닌 생산적 활동을 통한 새로운 가능성과 동기가 생겨났으면 한다. 많은 청년들이 이 도시를 떠나고 있는데, 꼭 타향에 가지 않아도 이곳에서 생활이 가능했으면 한다. 저희가 그림책을 만들고, 여기서 이런 공간을 운영하는 것도 그런 의미이다.

 

Q. 창작 워크숍 등 자체 콘텐츠 개발을 위한 작업들을 하고 계신데

저희는 독립서점이라는 말보다 자립 공간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작더라도 뭔가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가는 공간, 그게 중요한 것 같다. 책방 운영은 분명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야기 스튜디오, 즉 자체적 콘텐츠를 만드는 데 더 집중하려 한다. 창작 워크숍은 그 일환이다. 자신만의 이야기,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 캐릭터를 만들고 그리는 드로잉 수업도 필요했다. 저희는 OSMU(One-Source Multi-Use) 방식으로 콘텐츠를 개발, 확장하려고 한다.

워크숍마다 인원은 다 다르다. 그림책 창작 워크숍은 다양한 연령층의 6~7명 정도가 모인다. 부산에 없던 워크숍이다 보니 오시는 분들의 열정이 대단하다. 모여서 서로 하고 싶은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창작 활동을 할 때면 정말 기쁘다. 워크숍에서 만들어진 책은 여기서 판매하는데, 그래서 많은 분들이 더 좋아하시는 것 같다.

캐릭터를 만드는 시도도 계속 하고 있다. 단순히 예쁘고 좋은 캐릭터를 넘어, 개성과 정서가 있는 캐릭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생명력이 길다. 이러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굿즈 등을 제작하는 게 목표다.


 


Q. ‘오늘의산책이 사람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다가가길 원하나

사람들이 이곳에서 잘 쉬었다 간다는 느낌을 가지는, 의미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저희가 서울이나 타 지역에서 개인 활동 중인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이나 상품들도 전시 중인데, 전시를 보러 멀리서도 많이 오시더라. 그만큼 목마름이 있는 거라 생각한다. 저희도 정말 행복하다. 이곳이 창작가들에게 즐겁고 행복한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우리 공간을 통해 콘텐츠 창작과 활용에 관한 콜라보레이션을 원하는 분들이 계시면 많은 연락을 부탁드린다.

<오늘의산책> 인스타그램 주소 www.instagram.com/stillwalking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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