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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CULTURE

영화, 회사를 말하다

 

  때로는 날카로운 현실을, 때로는 상상 너머 환상의 세계를 그려내며 우리 시대 가장 강력한 대중 매체로 자리 잡은 영화. 한해에도 수천 편 씩 쏟아지는 영화는 인간의 수많은 상황과 감정에 관심을 보내지만, 의외로 회사 생활을 소재로 한 영화는 드물다. 사람들의 일상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직장임을 생각해보면 다소 의아한 일이다. 어쩌면 반복적이고 지루해 보이는 회사 생활을 굳이 스크린으로 재확인하고 싶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두 시간 남짓한 시간에 직장인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담아내기 어렵다는 것도 이유일 테다.

 

  그래서 가끔 마주치게 되는 회사 생활 소재의 영화가 반갑다. 직장에서 벌어지는 예기치 못한 상황, 사람들과의 갈등, 그리고 해결의 실마리까지, 비록 스크린에 비친 이야기일지라도 우리는 그 안에서 위로와 도전을 얻는다. 그 속에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인 굿 컴퍼니>

  개봉 당시 국내에서는 스칼렛 요한슨의 이미지를 내세운 로맨틱코미디 영화로 포장됐지만 사실은 일터와 일상에서 좌충우돌하는 두 남자의 성장담이다. 20년 간 직장에 헌신해 오다 하루아침에 자리를 빼앗긴 베테랑 댄은 뒤바뀐 회사상황과 자기보다 훨씬 어린 새 보스로 인해 자존심이 상하지만, 가족들을 위해 회사에 남기로 한다. 20대 중반에 스포츠 잡지사의 광고 이사 자리를 꿰찬 카터 역시 젊은 나이에 거머쥔 성공 이면의 무너진 사생활로 힘들어한다. 불안정한 각자의 상황 속에서도 두 사람은 성취를 향해 최선을 다하고 갈등을 봉합해나간다. 경험과 지식, 사람과 숫자 사이에서 항상 고민하는 경영자의 입장에서 진정 좋은 회사를 이루는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다.

미국 | 2005 | 109| 폴 웨이츠 감독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열정만 있다면 안 되는 건 없다며, 세상의 모든 들을 몰아세우는 이들을 향한 일갈. 강렬한 제목과는 달리 영화는 다소 전형적인 줄거리로 진행되지만, 치열한 우리네 회사 생활의 단면을 맛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스포츠 신문 인턴으로 취업한 사회초년생 주인공과 우리가 어디선가 마주칠 법한, 어쩌면 우리 자신일 수도 있는 다양한 주변 캐릭터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주인공인 부하 직원뿐 아니라 상사의 중압감과 고뇌를 담아내려 한 점이 인상적이다.

한국 | 2015 | 106| 정기훈 감독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직장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회사 생활의 희로애락을 그린 영화다. 상황을 과장하고 윽박지르는 연기, 설교조로 늘어놓는 메시지 등 일본 영화 특유의 정서에 거부감이 있는 이들이라면 호감을 갖기 어렵다. 하지만 피로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동세대 옆 나라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영화다. 다만 회사 생활을 다룬 대부분의 영화가 조직 내 직장인의 입장만을 그려내고 있는 상황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되풀이한다는 것은 아쉽다.

일본 | 2017 | 114| 나루시마 이즈루 감독

 

 

 

<미스터 컴퍼니>

  주로 직장인의 애환이나 창업가의 드라마틱한 성공담을 소재로 한 상업 영화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다큐멘터리다. 현대사회의 불안을 주제로 연작 활동을 이어 온 민환기 감독은 영화를 통해 패션업계에 뛰어든 두 젊은이들의 창업 과정을 적나라하게 좇는다. 기존의 업계 관행에 맞서 의기투합한 두 주인공은 현실과 이상의 간극 속에서 서로 다른 해결방안을 주장하면서 조금씩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어간다. 쌓여만 가는 빚과 과도한 업무량도 이들을 지치게 하고 회사의 미래는 갈수록 불안해져 간다. 날카로운 절벽 위에 서 있는 것만 같은 숱한 창업가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영화로, 우리 시대의 창업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그러나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곱씹어보게 한다.

한국 | 2017 | 85| 민환기 감독

 

 

 

<더 컴퍼니 맨>

  사람들에게 직장은 어떤 의미일까.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있다는 뉴스도 옛말이 된 지금, 우리가 회사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가질 수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실패에 대해 유독 가혹한 우리나라의 기업 환경을 떠올려볼 때 조금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실직의 위기에서 세 주인공이 저마다 인생을 반추하며 새로운 시작을 꿈꾼다는 줄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믿음과 용기는 인간을 일으킨다는 단순하지만 힘 있는 메시지를 던져 준다. 기업이 추구해야 할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영국, 미국 | 2010 | 104| 존 웰스 감독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엄밀히 직장 생활을 소재로 한 영화는 아니다. 16년 간 잡지사의 포토 에디터로 살아가는 월터는 오프라인 매거진의 폐간을 앞두고 뜻밖의 모험에 나서게 된다. 표지 이미지를 담당해 온 사진작가의 사라진 사진을 찾기 위해서다. 그리고 남몰래 모험과 도전을 꿈꾸어 왔던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되어 그의 삶을 뒤흔든다. 우리가 왜 일을 하는지, 왜 꼭 지금 이 일을 해야 하는지를, 무엇보다 지금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순간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상기시키는 작품이다.

미국 | 2013 | 114| 벤 스틸러 감독

 

<이미지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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