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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CEO열전

<하성마린> 이응락(6기) 대표


선박 부품을 찾는다면, 하성마린을 만나면 됩니다!


  2014년 창업에 나선 이응락 대표의 하성마린은 이 대표의 가족 이름에서 글자를 따왔다. 이 대표의 신념과 가족을 향한 사랑을 담은 사명인 만큼, 매순간 창업가로서의 위기를 헤쳐 나가야함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계획하는, 고객에게 신뢰받는 선박 부품 유통회사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선박 부품 유통회사가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우리는 선박의 부품을 비롯해 선용품을 유통, 판매하고 있다. 선용품은 선박에서 사용되는 문구류, 전기제품 등 소모품 일체를 의미한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핸들이나 헤드라이트 등을 말한다. 수량이 많아도 매출액은 다소 낮은 품목이다. 선박 부품은 피스톤, 밸브 등인데 차에 빗대면 엔진 같은 중요 부속품이다. 아무래도 부가가치가 높다. 사업을 시작한지 3년 정도 됐는데 조금씩 선박 부품 비중을 늘여가고 있다. 앞으로는 포워딩, 보세 업무까지 업무 영역을 넓히려 한다.

 


창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원래 부산 해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배를 탔었다. 벤젠, 초산, 염산 같은 위험물을 싣고 다니는 탱크 선박이었는데, 5, 6천 톤 급 선박이었다. 일등항해사로 일하면서 연봉도 괜찮았다. 그런데 배를 타는 사람들은 20대 후반 즈음에 하는 고민이 있다. 계속 배를 타면서 선장까지 가 볼 것인지, 아니면 육지로 돌아갈지 하는 고민이다. 돈으로만 따지면 배를 타는 게 유리하긴 하지만 결정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게다가 배를 타면 자유가 없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곳이 없다보니 돈을 버는 만큼 쓰는 경우가 많다. 외국에 놀러 다니기도 하고, 외제차도 사고.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이 예전처럼 열심히 돈을 모으는 분위기가 아니다보니 더 그랬다.

 

나 역시 그런 딜레마에 빠졌는데 결론은 육지로 나가야겠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무역을 하고 싶어서 대학에 들어가 러시아무역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대학을 나와 선박 부품 유통회사에 들어갔다. 입사 당시 주위 사람들이 얼마 못갈 거라고 하더라. 보통 배에서 받던 돈과 회사에서 주는 월급 차이가 너무 큰데다, 1등 항해사로서 나름 지시를 내리던 입장에서 완전히 신입 취급을 받는 처지로 바뀌다 보니 다들 적응을 못하는 거다.

 

그래도 나는 조금 다행인 게 중간에 공부를 하다 보니 자존심을 다치는 일이 적었다. 회사를 3년 정도 다녔는데, 선배가 배를 다시 타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육지에서 일하는 게 너무 좋았다. 배를 탈 때 남모르는 괴로움도 있었고, 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셔도 장례식에 못가는 선원을 보면서 참 슬픈 직업 같다는 생각도 했다. 나 역시 누나 결혼식을 가지 못했는데 가족들이 아쉬워하는 걸 보면서 기억에 크게 남더라. 물론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지만 20대 때엔 그게 참 컸다.

 

업계에서 스카우트를 받으며 이직을 거듭했다. 회사 매출액의 상당부분을 책임지기도 했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옮긴 회사 경영이 힘들어졌다. 당시 내 경력에 비춰보니 달리 갈 수 있는 회사가 주변에 많지 않았다. 면접을 보다보니 한 대표가 창업을 권했다. 주저하고 있는데 창업 자금도 무이자로 주겠다면서 강하게 권유했다. 그렇게 창업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다른 회사 사무실의 귀퉁이를 빌려 노트북 하나 놓고 시작했다. 사업자등록증만 있었던 거다. 그런데 그때 세월호 참사가 났다. 사업 준비한 지 보름 만이었다. 그때 기존 부품에 대한 고객들의 걱정 어린 질문도 엄청 받았다. 힘들기도 했지만 오히려 나는 좋기도 했다. 당시 관공서와 일하고 있었는데, 값싼 물건만 찾는 고객에게 검증 받은 제품을 권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마진은 둘 다 비슷하다. 그런데 나는 좀 정석대로 사업을 하고 싶었고, 덕분에 공식적으로 제대로 된 제품을 권할 수 있었다.

 


창업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역시 돈이다. 고객들은 회사에 다니는 이응락 과장은 믿어도 창업한 이응락 대표는 쉽게 믿어주지 않았다. 아무리 기존 거래가 있어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특히 매입할 때 선금을 치러야만 물건을 주다보니 자금 회전이 힘들었다. 부품 자체가 고가이다 보니 주문을 받아놓고도 팔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때는 발주 받는 거도 겁났었다. 스타트업이 되면서 물량이 아무래도 적어지다보니 항상 을의 입장에 있을 수밖에 없는 점도 컸다.

 

그렇게 1년 반을 지나니 자금보다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자금은 조금씩 운용하는 노하우가 생기는데, 이제는 전 세계 각처의 매입처와 매출처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문제였다. 작년에는 러시아 출장도 다녀오고 중국도 다녔는데, 유통 라인을 세심하게 구축하는 게 너무 중요했다. 가격이나 제원, 품질, 유통 조건 등을 잘 살펴서 그때그때 소비자의 상황에 따라 대처해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현재도 유럽 쪽에 매출이 있는데 가격 맞추기가 어렵다.

 

<실린더라이너와 피스톤 : 하성마린 제공>



시장 특성 상 굉장히 폐쇄적일 것 같다. 이 대표만의 사업 노하우가 있다면


우리 회사는 1인 기업라 결정이 빠르다는 강점이 있다. 소비자들의 실수도 정해 놓은 리스크의 범위 내에서는 내가 떠안는다. 고객의 마음이 상하지 않아야 다음이 있다. 상대 실무자는 직원인데 서류 교체하고 까다롭게 굴다보면 상대 입장이 난처하지 않겠나. 내가 신속하게 처리해줄 수 있는 일이면 그렇게 해주는 편이다. 견적도 마찬가지다. 다른 회사는 해외 시차가 있다 보니 2~3일 걸리는 것도 나는 다음날 세부 견적을 내주려 한다.

 

나는 소위 로비를 잘 안한다. 대신 고객이 원하는 조건을 최대한 맞춰주려 한다. 우리는 웬만하면 견적불가가 없다. 선박 부품은 같은 회사의 같은 모델이라도 원산지에 따라, 생산방식에 따라 제품의 특징이 조금씩 다른 경우가 많다. 나는 그런 부분을 고객들에게 짚어주고 있다. 단종 된 제품도 모델에 따라 알맞은 대체품을 빨리 제안하려 한다. 고객이 판단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와 범위를 제공하는 셈이다. 사실 이런 방식의 견적을 귀찮아하는 고객들도 있었다. 그냥 해달라는 대로 해달라는 식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신뢰를 해주신다.

 

그리고 직접 배를 타본 경험이 있다 보니 사용자 입장에서 부품을 애프터서비스 할 수 있다. 배는 설계도가 하나 잘못되면 배 한 대만 잘못되는 게 아니다. 같은 설계도로 여러 척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계 과정에서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고 만드는 경우가 많아 배를 타는 사람들이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선사의 의뢰를 받아 서비스하는 경우가 있다.

 

앞으로 일이 많아지고 직원이 늘면 지금처럼 일하기는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힘들더라도 자기 일처럼 해드리고 싶다. 우리 회사 비전이 하성마린으로 연결하면 된다라는 인식을 드리고 싶다이다. 그걸 고객들의 마음에 심어주고 싶다.

 


사업을 하면서 창업하기 잘했다는 생각을 한 적 있었나


스스로 시간 배분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배를 타던 시절 원했던 자유로움도 좋지만, 회사를 다니며 불필요한 야근을 너무 많이 했었다. 상사 상황에 따라, 타 부서 눈치 보면서 일이 없어도 야근을 하는 경우가 잦았다. 지금은 일을 많이 하더라도 성취감도 있고, 스스로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점이 좋다. 앞으로 직원을 뽑더라도 직원이 업무에 따라 탄력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회사를 만들 생각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쓸데없는 로비나 술자리를 자제할 수 있는 것도 좋다. 나는 영업을 할 때 고객의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려고 한다. 분위기도 밝고 건전하고, 좋은 식당에 함께 가서 대접해드리면 상대 가족 분들도 남편이나 아버지가 대우받는 모습에 뿌듯해 하신다. 예전에 배 타던 시절, 방송에서 외국계 기업들이 고객들을 대응하는 장면을 봤는데 그게 참 좋다는 생각을 했었다.

 




앞으로 회사 목표를 말해주신다면


대만, 인도네시아 업체들과 사업을 해보려 한다. 국내 시장의 업체들 대부분이 책임 회피가 일상화되어 있어 함께 일하기가 어렵더라. 국내 공장들에 제품을 발주해서 수출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유럽이나 일본 쪽과도 업무를 하려고 한다. 국내에선 관공서 입찰 쪽으로 진행할 생각이다.

 

회사를 세우면서 나름 업무 순서를 만들어 본 게 있다. 우선 계획을 세워 행동한 후 1차 체크를 한다. 그리고 체크한 것을 바탕으로 다시 액션을 취한다. 그리고 업무 전후를 기록하는 거다. 그러면 아예 실수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더라. 이런 시스템으로 일하려고 한다.

 

앞으로 직원도 뽑아야하는데, 대부분의 대표님들이 그렇겠지만 회사 업무를 책임감 있게 해줄 분을 찾으려고 한다. 같이 꿈을 꾸면서 자기 일처럼 일 해주는 분이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회사가 해줘야하는 일은 해줘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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