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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UP STORY

마이클 델(Michael S. Dell)_<델 컴퓨터(Dell Computer)>

<사진출처 : © Hartmann Studios Inc.>

 

시장 분석의 달인, 위기를 넘어 미래를 준비하다

 

 

한 때 미국 텍사스에서는 델리온네어즈(Dellionaires)’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1980년대 후반 설립된 한 창업 회사에 입사한 이들이 회사주식을 사들였는데, 주식가격이 폭등하면서 이들이 백만장자가 되었기 때문. 분산투자를 권유하던 주변의 만류에도 굴하지 않고 미래에 투자한 이들이 근무한 곳은 <델 컴퓨터>이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 라운드록에 있는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 <>은 전 세계 34개국에 지사를 두고 약 200여 개 나라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기업이다. <>1988년 처음 주식을 공개했는데, 1999년에는 공개 당시보다 무려 5%까지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매출 기록 또한 경이적이었다. 1998년에 15900만 달러에서 2013 상반기에는 거의 300배 이상인 559억 달러의 기록을 넘어섰다.

 

이런 굴지의 기업을 일궈낸 신화적인 인물 마이클 델(Michael S. Dell)1984년 회사를 창업할 당시 나이는 고작 19, 창업 자금은 겨우 1000달러가 전부였다

 

그의 무기는 어린 시절부터 보여준 천부적인 사업 감각이었다.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나 교육에 큰 가치를 두었던 부모님의 덕이 컸다. 특히 증권 중개인으로 일하고 있었던 어머니와 함께하는 식사 자리의 주된 대화 주제는 연방은행 금리, 기업 주가 등이어서 어릴 때부터 델은 경제에 대한 눈을 뜰 수 있었다.

 

그는 12살 때 이미 중개상을 거치지 않는 방식으로 우표를 모아 직접 판매하는 방식으로 2000달러를 벌기도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격 가치가 높아지는 우표 거래는 당시 경매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중개인에게 지불하는 수수료가 많았는데, 이 때 델은 중간 단계들을 생략하고 판매자와 구입자를 본인이 직접 연결함으로써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우표 가격의 변동 추이를 눈여겨보고 값이 가장 좋은 때를 선택하는 재기도 보여주었다.

 

16살 여름방학, 텍사스 지역신문인 휴스턴 포스트구독자를 유치하는 성과급 아르바이트를 할 때에는 마케팅 분야에서 사업 수완을 발휘했다. 그는 무작정 사람들을 찾아가 구독을 권유하는 대신 신문을 볼 만한 사람들, 특히 새로 이사해 온 이들에게 접근하여 집중적인 홍보를 했다. 델은 법원을 돌아다니며 최근 혼인신고를 한 사람들의 명단을 입수하거나 신용정보기관 등에서 융자를 받은 사람들의 목록을 확보하여 이들에게 신문구독을 적극적으로 권했다. 이 전략으로 그는 무려 18천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사진출처 : shutterstock>

 

델은 어릴 때 컴퓨터의 시초와 같은 전자계산기를 갖게 된 뒤부터 컴퓨터에 크게 매료되었다. 호기심은 열정으로 이어져 중학교 시절에는 학교 출석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어줄 수 있을 정도로 프로그래밍 실력도 대단했다. 컴퓨터에 대한 애착이 커져가던 그는 15세 생일에 부모님을 졸라 처음으로 애플2를 구입하면서 운명적으로 컴퓨터와 만났다. 그런데 막상 애플2를 선물 받은 그가 가장 처음으로 한 일은 분해였다. 컴퓨터 내부 구성에 대한 궁금증과 작동방식의 원리가 궁금했던 것이다.

 

의사인 아버지의 권유로 의대에 진학한 이후에도 컴퓨터에 대한 그의 열정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는 주변 사람들을 위해 컴퓨터 부품을 조립해 싼 가격에 판매했는데 당시 대기업의 컴퓨터보다 20%이상 저렴한 가격에 성능은 더욱 뛰어나 점점 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델은 이 과정에서 PC업계의 중간 마진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소비자 직접 판매라는 새로운 방식을 통해 사업을 한다면 크게 성공할 거라고 확신했다.

 

그는 가족의 반대를 무릎 쓰고 앞날이 보장된 의과대학을 중퇴, 1984<PCs Limited>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자체 디자인한 ’Turbo PC'라는 조립식 컴퓨터 판매를 시작했다. 유통과정의 중간마진을 없앤 직접 판매 방식은 당시로서는 너무나 생소한 방식이었기에 업계 관련자 대부분은 그의 실패를 예상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반응은 뜨거웠다. 소비자들은 중간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고도 전화나 인터넷으로 직접 원하는 사양의 PC를 주문할 수 있는데다, 가격이 IBM, 컴팩, HP와 같은 대기업 브랜드보다 평균 20% 가까이 저렴한 컴퓨터에 크게 환호했던 것이다.

 

이에 힘입어 델은 1988년 사명을 <델 컴퓨터>로 바꾸고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했다. 혁신적인 유통혁명으로 세계적인 컴퓨터 업체로 급부상한 것이다. 4년 후 델은 27세의 나이로 최연소 세계 500대 부자에, 31살에는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델 컴퓨터>1996년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컴퓨터 판매를 시작하면서 더욱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다. 2001년에는 전 세계 PC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고 모두가 불황인 가운데 오직 델만이 직접 판매와 박리다매 전략으로 승승장구했다. 2002년에는 컴퓨터뿐만 아니라 주변기기를 비롯하여 TV, 프린터, 카메라 등의 전자제품 등도 취급하기 시작했으며 이듬해 사명을 <(Dell)>로 변경했다.

 

그러나 1980~1990년대 정점을 찍으며 세계 최대의 컴퓨터 판매 기업으로 우뚝 섰던 <>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2004년 창업자인 마이클 델이 CEO에서 물러난 뒤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고 2005년부터 시장 점유율도 점차 줄기 시작한 것. 같은 해에 일본에서 배터리 불량으로 인한 노트북 폭발 사건이 터지며 대량 리콜 사태까지 발생했다. <>은 그 해 HPPC 시장 점유율 1위의 영광을 넘기는 고배까지 맛봐야 했다.

 

무엇보다 2000년대 이후 PC 시장은 큰 변화의 흐름 속에 있었다. 데스크톱이 아닌 노트북이 새로운 대세로 떠올랐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성능이나 디자인을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의 판매 방식을 더 이상 선호하지 않았다. 좌절과 위기의 순간,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재도약의 기회를 엿보기 위한 <>의 선택은 마이클 델의 귀환이었다.

 

직접 판매 방식은 혁명이었으나 종교는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2007년 경영일선으로 복귀한 델은 또 한 번의 혁신을 주도했다. 그는 직접 판매 방식을 포기하고 각국의 대형 유통업체와 연계, 간접 판매를 확대해나가는 한편 사업 확장을 위해 공격적인 M&A를 추진했다. 전문 디자이너를 채용하고 PC의 고급화에도 힘썼다.

 

그러나 재기의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2009년에는 대만 업체 에이서에 밀려 업계 3위로 밀려나기도 했고, 이듬해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분식회계 관련 합의금 1억 달러(한화 1185억 원)를 부과받기도 했다. <델>은 미국의 경제지 포춘(FORTUNE)에서 2010년 미국 내 38번째로 큰 기업이자 가장 존경받는 기업 5위로 선정할 만큼 여전히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과거의 영예를 되찾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 라운드록에 있는 본사 전경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2013, 마이클 델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대의 등장과 중국의 저가 PC라는 복병을 맞아 생존을 위한 결단을 내린다. 1988년 상장 이후 25년 만에 직접 회사를 상장폐지하기로 결정한 것. 이는 주주들의 간섭을 벗어나 예측 불가능한 시장의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고 회사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시간을 벌면서 동시에 근본적인 사업방향을 바꾸기 위한 과감한 선택이었다. 그는 상장폐지를 통해 과거 텍사스대 기숙사에서 일궈낸 창업정신으로, 근본으로 다시 한 번 되돌아가기로 했다.

 

상장폐지 이후 <>은 토털 솔루션기업으로의 변화를 꾀했다. 2016년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 WM웨어를 계열사를 둔 스토리지 업체 EMC670억 달러에 전격 인수했는데 IT 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이다. 인수 이후 <델>은 클라우드 서비스 1위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델>은 이제 소비자 제품에서 기업용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EMC월드 2016’를 통해 델-EMC의 통합사명인 <델 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의 공식 출범을 선언한 마이클 델은 우리의 비전은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까지, 최첨단 기술부터 클라우드까지 고객이 필요한 전체 인프라를 제공”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EMC는 기업용 인프라의 선두주자이고 델은 중간 규모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고 전 세계 공급망이 막강하기 때문에 통합합병법인은 세계 최대 인프라 공급업체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또한 사물인터넷 등 신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 계획도 밝혔다.

 

출범과 함께 세계 최대 비상장 IT 기업이 된 <델 테크놀로지스>는 기업용 시장에서 우위에 서 있는 IBM, HP를 뛰어넘어 포춘에서 선정한 500대 기업 대부분을 고객으로 둔 막강한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사업 전환을 주도한 것은 창업자 마이클 델이었다. IT 업계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공하여 한 시대를 풍미했다가 시대의 흐름 속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줄 알았던 <>은 창업자인 마이클 델의 빠른 시장 분석과 주축 사업 전환이라는 새로운 수를 통해 재도약에 큰 탄력을 받았다.

 

새로운 기업의 출범을 통해 <>의 화려한 부활이 순조롭게 이어질지 혹은 또 다른 위기에 봉착하게 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다. 그러나 위기를 다각도로 분석하여 빠르게 대처하고, 투자 가치가 높은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하여 기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CEO 마이클 델의 깊은 통찰력에는 감탄과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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