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VATION in BUSAN2018.09.28 11:37

인공지능 기술로 일상을 널리 이롭게 하다

부산대학교 인공지능연구소 권혁철 교수

 

A.I. 인공지능은 어쩐지 미래의 우리 삶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켜줄 것만 같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이미 현재의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우리가 매일 접속하는 포털 사이트나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가전제품에도 이미 인공지능 기술은 접목되어 있다. 글을 작성할 때 누구나 한 번쯤 사용해봤을 맞춤법 검사기도 이 중 하나로, 검사기를 개발한 이는 부산대학교 인공지능연구소 권혁철 교수다. 지금 이 글 역시 그 기술의 도움을 얻고 있음에, 고마움을 갖고 권 교수의 이야기를 들었다.

 

 

Q. 부산대 인공지능 연구실은 어떻게 설립된 것인가?

국내에서 처음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이 대두된 것이 1985년이었다. 당시 카이스트 교수님들과 함께 인공지능 연구회라는 연구회를 만들어서 박사과정 학생으로 활동했었다. 그때만 해도 참 생소한 이름이었다. 처음 인기를 끈 것은 전문가 시스템이라고 하는, 규칙에 의한 인공지능 방법론이었다. 이후 이른바 뉴런 시스템이 탄생했는데 그때는 컴퓨터의 성능이 좋지 않아 연구에 한계가 있었다.

1986년 서울에서 관련 워크숍을 했는데 500명이 모였었다. 지금으로 치면 수천, 수만 명이 모인 것이나 다름없는 숫자다. 이처럼 80년대부터 우리나라에는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에 큰 관심이 있었다. 저 역시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에 관심이 있었고, 1988년 부산대학교로 부임하면서 연구실이 설립됐다.

 

Q.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에 매력을 느낀 이유는 무엇인가?

인공지능이란 단어는 1956년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이 단어는 잘못 만든 단어라고 생각한다. 바로 지능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에게 주는 오해 때문이다. 지능은 인간이 어떠한 문제를 인식하고, 적응하여 그 해답을 구하는 과정이자 능력이다. 때로는 본능적이고 창조적으로 구현된다. 엄청난 세월 동안 자연이 진화 과정에서 축적한 능력이다.

인공지능은 실제 그러한 인간의 지능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세돌과 바둑을 둔 알파고를 예로 들어보자. 알파고는 수많은 바둑 수의 패턴을 매칭한 것뿐이었다. 그것이 외적으로 우리에게 지능처럼 보였을뿐이다. 거기에 우리는 쉽게 감정이입을 하지만, 실은 우리의 내면에서 발생되는 감정이나 사고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인공지능은 실상 유사지능이자 모사지능인 셈이다.

하지만 저는 거꾸로 이러한 인공지능의 개념, 즉 문제풀이의 한 방법론으로써 새로운 기술인 인공지능에 호기심을 느꼈다. 인간의 지능처럼 선과 악을 판단하거나 가치의 중요도를 선택하지는 못하지만 컴퓨터 데이터 기술의 한 분야로써 지적 호기심을 느낀 것이다.

 

Q. 그렇다면 우리 일상에 인공지능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어디까지라 생각하는가.

컴퓨터 분야는 다 인공지능에서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 수많은 곳에 인공지능 기술이 쓰이고 있다. 일례로 고속도로 등의 단속카메라도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된 사례다. 80년대 후반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서 만들었던 기술인데, 초기 번호판을 인식하는 데 굉장한 어려움을 겪다가 점차 안정성과 효율성이 좋아졌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선례를 바탕으로 진보하는 기술이다. 컴퓨터 기술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여러 기술로 파생되고 발전되어 간다. 최근에는 기계과에서도 인공지능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Q. 맞춤법 검사기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

제가 석사 과정을 다닐 때 프로그래밍 응용론이라는 게 있었다. 지금도 많은 분이 연구를 하시지만, 당시 이미 다양한 연구 과제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서 지도교수님을 설득해 한국어 번역을 해보자고 했는데, 꽤 인기가 있었다.

졸업 후 학교에 부임을 했는데 지도교수님과 같은 연구를 할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맞춤법 검사기를 떠올렸다. 문제는 당시 메인 메모리의 용량이 256KB밖에 되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 안에 사전 데이터를 넣는 건 불가능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직까지 그 알고리즘을 오픈하지 않았는데, 당시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150KB10만 단어를 넣었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발표를 하니 사람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 그게 1991년이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왔는데 아직도 업데이트 중이다. 한국어에서 형태소 분석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일 학생들과 데이터를 정리하고, 국립국어원을 비롯한 다양한 근거자료를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수정해 나간다. 이 일을 1년 내내 반복하고 있다.

맞춤법 검사기는 인터넷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고, 언론사에는 유료로 판매된다. 김대중 대통령 때 교수들에게 벤처 창업을 많이 만들라고 했었는데, 아직 회사(나라인포테크)를 운영 중인 사람은 저 뿐이다. 교수에게 창업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달라.

저는 이제 연구실을 정리해야 할 나이다. 56개월 정도 남았다. 그동안 연구실을 정리하면서, 연구실이 가지고 있던 소스를 많이 공개할 생각이다. 물론 새로운 기술도 도입할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전통적 기술이 새로운 심층학습 방식 못지않게 뛰어난 기술임을 증명해보이고 싶다. 한국어를 사례별로 일일이 분석하고 수정하는 전통 방식은 이제 나밖에 할 사람이 없다. 새로운 심층학습 방식을 따르면 학습 데이터가 있다는 전제 아래 전통 방식에 비해 시간이 굉장히 단축된다. 문제는 그 학습 데이터를 만들 때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 방식을 놓지 않는 이유는 한국어가 가진 특성 때문이다. 지금의 한국어는 한 가지의 룰로 움직인다. 그래서 제가 전통 방식으로 소스를 축적해 놓는다면 다음 세대의 사람들은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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