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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INTERVIEW

코스웬콘텐츠 정소리 대표

 

사람 냄새나는 SNS콘텐츠를 제작한다

 

  부산이 궁금한 사람들이 꼭 한번은 찾는 사이트가 있다. 노랑머리에 빨간 볼터치, 도톰한 입술이 인상적인 부산언니(페이스북 페이지). ‘언제나 니들 생각뿐이라는 부산언니는 수년간 부산의 핫 플레이스를 소개해오며 네티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깜찍한 캐릭터로 부산을 알리고 있는 곳이 바로 코스웬콘텐츠. 어플리케이션 개발자에서 소셜미디어 콘텐츠 사업가로 변신한 정소리 대표의 회사다.

 

Q. 소셜미디어 기반의 콘텐츠 제작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있다면

A. 원래 서울과 대구 등지에서 어플리케이션 기획자로 활동했다. 모바일명함과 모바일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어플이었는데, 부산의 코스웬금융서비스 그룹이 어플 구매의사를 보여 부산으로 터를 옮겼다. 1년 동안 부산에 있으면서 외롭기도 하고, 친구도 없다보니 SNS활동을 시작했다. 함께 있던 개발자들과 맛집이나 여행을 다닌 걸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의도치 않게 구독자들이 늘어났다. 점점 SNS콘텐츠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면서 SNS홍보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에 청년 구직자들에게 SNS 전문가라는 직업교육과정을 만들어보자는 기획으로 매뉴얼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한국노총, 부산일보 등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SNS홍보 교육과정을 만들고 사진과 영상 다루는 법, SNS별 특성 교육 등을 과정으로 1년간 교육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수료자들의 취업률이 낮았다. 자존심도 상하고, 책임감도 생겨 성적이 좋은 수료생 12명을 우리가 직접 채용했다.

 

Q. 즐기기 위해 시작한 SNS활동이 업무가 된 셈인데

A. 코스웬콘텐츠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일을 시작하면서, ‘세 가지 선이라는 경영 철학을 세웠다. 첫 번째는 선할 선()으로, 사람들에게 선한 콘텐츠를 만들자는 의미다. 두 번째는 줄 선(),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을 하나의 프로세스로 만들자는 거였다. 마지막은 선한 콘텐츠를 프로세스에 맞춰 제공하는, 가장 앞선() 기업이 되자는 뜻이다.

 

소상공인 분들이 정말 열심히 사업하시지 않나. 저마다 가치 있는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하시는데, 그걸 사람들에게 알리기가 어렵다. 우리가 그 서비스를 알려서, 소상공인 분들의 경영 상황이 나아진다면 얼마나 보람찬가.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그걸 만드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다. 또 부산에서 우리가 SNS홍보 콘텐츠를 가장 잘 만들고 있다는 외부의 인정을 들을 때면 상당히 자부심을 느낀다.

 

 

Q. 사람 냄새나는 인간적인 콘텐츠를 표방하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

A. 직원들과 콘텐츠를 만들면서 느낀 건 무엇보다 콘텐츠가 자연스러워야한다는 거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적일 수밖에 없다. 무언가를 홍보할 때 부수적인 효과를 기대하면, 독자들이 먼저 알아채신다. 자연스러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세 가지 단계로 대상을 보려한다. 처음에는 볼 견()이다. 단순히 눈으로 보는 단계다. 다음은 볼 관()으로 눈에 보이는 대상이나 현상을 깊이 만져보고 느껴보는 과정이다. 마지막은 볼 진()이다. 대상으로 인해 내 마음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살피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장소에 가거나 어떤 물건을 볼 때, 어떤 음식을 먹는 순간에 느껴지는 감정을 표현하려 한다. 나아가 제품이나 서비스에 담긴 마음을 바라보려한다. 그 본질을 담는 것이 인간적인 콘텐츠이고, 그래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 콘텐츠 제작자들 모두 그런 과정을 준비하고 연습한다.

 

Q. 콘텐츠 확보는 어떻게 하고 있나

A. 초창기에는 내 돈으로 직원들과 1년 동안 부산 곳곳을 다녔다. 콘텐츠를 접하고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수익이 거의 없었지만 재밌는 시간이었다. 플랫폼 사업하는 분들은 다 알고 계시지만, 사람이 모이는 플랫폼의 수익모델은 정말 다양하다. 우리도 확신이 있었다. 우리가 인간적인, 자연스러운 콘텐츠를 만들면 사람들의 관심이 모일 거라는 확신이었다. 커피숍을 해도 인테리어나 집기에 투자하지 않나. 우리도 시간을 투자한 거다. 점점 구독자가 모이고, 광고가 모이고 클라이언트도 생기더라. 나중엔 구독자들이 직접 제보를 해 줬다. 지금은 우리가 현장에 먼저 가지 않아도, 독자들이 부산언니의 감성에 맞는 콘텐츠를 제보해주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현장에 가서 검증한다.

 

Q. 부산언니라는 캐릭터가 독특하다

A. 처음에는 부산맛집이라는 이름으로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어느 날 지하철에서 우리 페이스북 구독자를 봤는데, 우리가 올린 정보에만 관심이 있더라. 우리 직원들이 정말 고민해 만드는 콘텐츠인데, 그들의 노력을 살리고 싶었다. 그게 부산언니였다. ‘언제나 니들 생각이라는 의미로 캐릭터가 친숙하게 정보를 주면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캐릭터 디자인도 눈에 띌 수 있도록 만들었다.

 

Q. 부산언니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가 있는데

A. 같은 대상을 봐도 여자와 남자가 보는 시각이 달랐다. 그래서 언니와 함께 남자 감성을 대변하는 오빠(오늘도 빠져드는)캐릭터를 만들었다. 이렇게 두 캐릭터가 생기니까 이벤트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 그런데 두 캐릭터 모두 직접 체험을 전하는 캐릭터라 이벤트와는 성격이 맞지 않았다. 그래서 이벤트만 모아주는이모 캐릭터를 추가했다. 부산아재는 지역의 역사나 시사 문제에 청년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SNS사용자는 젊은 분이 많은데,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했다. ‘아이고 재밌네라는 이름의 부산아재는 지난 겨울 촛불집회 때 활약이 컸다.

 

 

Q. 향후 구상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면

A. 우리가 온라인에서만큼은 부산 콘텐츠를 잘 알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오프라인 콘텐츠를 기획 중이다. 그 매개체가 캐릭터 사업이다. 캐릭터를 통한 보물찾기 형식의 이벤트도 가능하다. 그러려면 다양한 행사를 위한 제품 라인업이 구축되어야한다.

 

우리가 독일을 가면 소시지 축제에 가고, 이탈리아에선 피자집을 찾지 않나. 그 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일상을 여행객이 가서 보고 즐기는 거다. 그러나 부산은 이곳을 찾아오는 외지인에게 맞춰진 기획 행사가 대부분이다. 중국 사람들이 많이 오면 그들이 좋아하는 색깔로 행사를 꾸민다든가하는 식이다. 앞으로 우리는 부산사람들이 평소에 즐기는 오프라인 콘텐츠를 외지인들에게 알리고 싶다. 캐릭터 사업은 그것을 상징하기 위한 거다. 에펠탑 모형을 사오면 누구나 프랑스에 다녀왔다는 걸 알지 않나.

 

부산은 아직 예산이 집행된 후 콘텐츠가 시작되는 형식의,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한다는 목적이 분명한, 콘텐츠가 제작된다. 우리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자기들끼리 먼저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문화 콘텐츠가 파생되었으면 한다. 우리 SNS도 그런 것을 알리며 돕고 싶다. 물론 기획된 콘텐츠도 좋은 것들이 많다. 두 가지가 함께 성장했으면 한다.

 

Q. 지역 도시에서 콘텐츠 개발을 하는 것에 한계는 있지 않나

A. 우리는 스스로 글로컬 기업이라고 이야기한다. 지역은 부산이라도, 장르를 넓혀 콘텐츠를 확장하면 된다. 내년에 우리는 부산언니 캐릭터에 스토리를 입혀서 부산사람들의 이야기와 감성을 풀어낸 웹툰을 출시하려 한다. 지난 2017년 부산지역특화콘텐츠개발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웹툰 개발 더욱 박차를 가했다. 우리는 이 사업으로 수익을 얻기보다 부산의 콘텐츠를 만드는 계기로 삼고 싶다. 부산의 좋은 여행사와 함께 여행 상품을 만들어도 좋다. 웹툰도 부산을 알리고 싶은 제작 업체와 뜻을 모았다. 부산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라면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게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Q. 홈페이지에 보면 특별한 사내문화가 있던데

A. 비즈니스 모델이 하나의 사내문화가 됐다. 우리는 항상 직원을 컴퍼니 인 컴퍼니라고 한다. 회사는 직원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 안에서 개인 스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거기에 대한 수익을 회사와 나눌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대표에게 업무 확인을 받는 구조가 아니라, 직원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대표에게 지원을 요청하고 업무를 나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동료와의 협업 필요성을 직원 스스로 느낀다. 자연스럽게 소통문화가 생겨나는 거다. 회사의 칭찬문화도 옆의 동료 덕분에 자신이 함께 빛난다는 의미다. 내 역할은 직원의 비즈니스 모델이 회사가 약속한 세 가지 선이라는 경영 철학에서 벗어나지는 않는지 점검하는 역할이다.

 

 

Q. SNS마케팅을 생각하는 창업가들에게 팁을 준다면

A. 이 질문을 많이 받았다.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하다 사칙연산 공식에 SNS마케팅을 비유하고 있다. 먼저 더하기다. 자신에게 있는 정보를 전부 더해 SNS에 올려보는 거다. 글이나 이미지를 거르지 말고 올려보면 사람들이 어떤 정보에 반응하는지 알게 된다. 그러면 반응 없는, 불필요한 정보를 빼면 된다. 글은 간결하게, 이미지는 핵심만 전하는 식이다.

 

다음은 곱하기다. 웹에는 자기랑 비슷한 정보를 가진 이들이 있다. 그들과 정보를 공유해야한다. 자존심 내세울 것 없다. 나보다 깊이 있고 좋은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공유하라. 사람은 의리라는 게 있다. SNS도 마찬가지다. 내가 상대에게 반응하면 상대도 내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정보를 나누면 서로의 네트워크가 넓어진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이 모든 사칙연산의 합이 ‘0’이라는 것을 잊지말아야한다. SNS활동을 하는 모든 분들은 바라는 수치나 목표가 있다. 그러면 SNS가 재미가 없다. 결과보다 SNS 자체를 즐기면 0이라고 생각했던 숫자에 다른 수가 붙기 시작한다. 앞의 숫자도 생기고, 자릿수가 달라질 수도 있다. 진짜 타인과의 교감은 무언가 목적을 두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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