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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ISSUE

우리의 뇌는 완벽한 현실을 꿈 꾼다

<블레이드러너 2049 : 네이버 영화>

 

  최근 개봉한 영화 <블레이드러너 2049>가 화제다. 소위 저주받은 걸작으로 추앙받은 전작 <블레이드 러너>의 흐름을 온전히 계승한 이번 영화 역시 인간 이상의 지성과 능력을 지닌 복제인간 리플리컨트의 운명을 중심으로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리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인상적인 인물은 주인공의 곁을 지키는 조이라는 여성형 인공지능이다. 홀로그램 프로젝터를 통해 구현되는 조이는 사용자의 정보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대가 원하는 대화와 반응을 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이런 조이와 마치 연인처럼 이야기를 나누며 감정을 공유한다. 영화 <그녀>에서 묘사된 인공지능과의 연애가 한층 발전된 모습이다.

 

  또 하나 눈여겨볼 장면은 복제인간들의 기억을 창조하는 소녀의 존재다. 가상현실로 만들어지고 구체화된 기억은 마치 동영상 클립처럼 복제인간들의 뇌 속에 주입되어, 복제인간들의 정서적 안정을 돕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영화의 주제를 생각해보면, 앞의 두 장면은 우리에게 흥미로운 화두를 던져준다. 바로 인간에게 감정과 기억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이다. 영화에 따르면 실체가 없는 존재, 실제가 아닌 과거로도 인간은 충분한 감정과 기억을 소유할 수 있는 셈이다.

 

 

  핸드폰 어플리케이션과 간단한 장비만으로 손쉽게 VR(가상현실) 체험이 가능한 요즘, VR의 영역은 시각과 청각, 촉각을 넘어 미각과 후각을 만들어내는 단계에 이르렀다. 다음은 우리의 뇌를 직접 자극하는 단계다. 뇌는 화학적 전기신호로 의해 반응한다. 예를 들어 팔을 꼬집으면 전기신호가 감각 뉴런에 전달되어 따가움을 느끼는데, 대뇌 피질에 팔을 꼬집었을 때와 같은 전기 자극을 주면 뇌는 가짜 전기 신호를 구분하지 못한다.

 

  이를 이용하여 전자칩이나 나노머신을 신체에 이식하여 가상현실을 경험하고 싶을 때마다 실제 감각기관에 전달되는 신호를 차단하고 가공된 전기신호를 뉴런에 전달하여 강력한 가상현실을 구현한다. 이를 위해서는 뇌 시냅스 지도 구축이 선행되어야한다. 인간의 인지능력은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와 1,000조 개가 넘는 뇌 시냅스를 바탕으로 이뤄지는데, 이를 분석하고 지도화하여 전기 신호의 경로를 통제하는 것이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이러한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이 완전히 구현될 경우, 이론적으로 인간은 육체를 벗어난 삶이 가능해진다. 가상의 매트릭스 내에서 자의식은 스스로를 원하는 존재로 인식할 수 있게 되며 원하는 상황만을 경험하며 살아갈 수도 있다. 또한 뇌 내 프레임을 조정하여 영원에 가까운 시간을 누릴 수도 있다. 완벽한 가상 세계에서 누리는 위험한 자유라 할 수 있다.

 

  조금 더 가까운 가능성을 짚어보자면 뇌과학과 가상현실은 현대 사회에 갈수록 증가하는 뇌 질환과 정신 질환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환자의 두뇌에 전자칩 등을 넣어 트라우마나 우울감 등을 제거하거나 특정 기억을 복원하는 것이다. 특히 예기치 못한 사고로 뇌 기능을 상실하거나 알츠하이머, 파킨슨 등 뇌 장애가 발생했을 때에도 치료가 가능하다. 기억을 보존하여 인공 신체에 이식할 경우 영생이 가능할 수도 있다.

 

 

  인류는 역사를 통해 이룩해 온 수많은 유산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이제는 인간 스스로 유산이 되려는 시도에 나서고 있다.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현대의 기술력은 우리로 하여금 과거에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현실을 살게 해준다. 앞으로도 기술은 우리의 삶을 새로운 경지로 이끌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되고 싶은 존재가 무엇인지, 우리가 되어야하는 존재가 무엇인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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