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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INTERVIEW

카페위드 이응현 대표

 

 

사람과 문화로 채워지는 공간, 카페위드

 

 

  문화가 있는 공간에 대한 갈증. 이응현 대표가 창업에 나선 이유다. 건축을 전공했던 대학 시절부터 다양한 대외 활동을 하며 기획자로서의 자질을 키워온 이 대표는 7년간의 직장 생활을 거치며, 청춘들이 어우러져 새로움을 창조해내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다. 그리고 그 바람은 지금의 카페위드로 실현됐다. 이 대표는 수년 간 준비해 온 카페위드가 다양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쾌적한 장소로 자리 잡기를 꿈꾼다.

 

Q. 이 대표에게 카페위드는 어떤 곳인가

A. 건축에서는 스페이스(Space)와 보이드(Void)라는 개념을 중요시 여긴다. 우리나라 말로는 둘 다 공간이라는 의미지만 보이드는 그야말로 텅 빈 공간을, 스페이스는 그 속에 뭔가가 담긴 공간을 뜻한다. 그래서 보이드에 무엇을 담을지 고민했고, 문화와 젊음이 있는 스페이스를 지향했다. 내가 말하는 젊음은 단지 나이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계속 변화하고 도전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새로운 것이 유행하면 호기심을 가지고 시도해보는 사람과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온 것, 알고 있는 것,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나이를 떠나 앞의 예처럼 젊은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 사람은 젊은 거다.

 

그렇게 생각이 젊은 공간을 만들려고 했다. ‘Cafe with’라는 이름은 카페와 무언가가 함께 어우러진다는 의미다. 슬로건 역시 ‘Beyond Space, Be Culture’이다. 보이드에 문화가 채워져서 스페이스가 되고, 나아가 공간 자체가 문화가 되는 곳을 만들어가고 싶다.

 

 

Q. 많은 사람들이 공간에 대한 갈증이 있는데

A. 현대사회가 되면서 모두 혼자 살아가지 않나. 시간을 보내도 각자 스마트폰만 보고 있고. 역설적으로 스마트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이 더 혼자가 됐다. 학교를 다닐 때는 그나마 주위에 친구들이 있는데, 직장을 다니면 회사 사람 말고는 주변에 사람을 만나기가 너무 어렵다. 퇴근 후에 만날 자리도 없고, 계속 같은 사람들만 만나게 된다. 사람들은 자기와 맞는 사람과 만나고 싶어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서태지를 좋아한다면 주위에 서태지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거다. 서로 뜻이 맞는 사람들과 있을 때 누구나 살아있는 거 같고 공동체 의식을 느낀다. 개인화된 사회일수록 소속감을 원하는 것 같다. 그래서 커뮤니티에 열광하고 장소가 필요한 게 아닐까.

 

Q. 한쪽 벽에 그림과 소품이 많은데 지역 작가를 지원하는 것인지

A. 부산 지역 신진 작가나 전시에 경제적 부담 있는 작가들에게 무료로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작품 판매 수수료도 안 받는다. 모든 것은 예술가 자신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더 좋은 작품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카페 입구에는 부산을 주제로 한 수공예품이나 기념품을 판매하는데, 독특한 개성의 작품을 전시하려 한다. 수수료도 최저 수준이다. 대량으로 쏟아지는 공산품 소비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문화적 소양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어느 날 미술관을 갔을 때 작품이 주는 힘을 느꼈다. 지금도 일을 하며 힘들 때 그림이나 공예품을 보면 영감이랄까, 새로운 힘이 생긴다.

 

 

Q. 카페에서 다양한 강연을 열고 있는데

A. 직접 강연을 준비할 때도 있고, 외부 강연에 장소를 대여해주기도 한다. 선정 기준은 강연의 내용이다. 강연을 좋아해서 종종 참여해 보면 보통 강사 자신이 예전에 뭐를 잘했다는 내용이 많더라. 또 회사 소개가 반이다. 자기 회사 홍보나 다름없다. 강연에는 어떻게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 강연은 ○○하는 법같은 제목이 많다. 창업이 주제라면 어떻게 돈을 모았는지, 어느 정도 있어야하는지 같은 내용이다. 주제가 달라져도 과정과 방법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이다.

 

내 경우엔 진짜 열심히 공부해서 직장에 들어갔는데,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공부한 게 너무 아까웠다. 요즘 일자리 미스매칭이라는 말이 있는데, 누군가 내가 공부할 때 실제 업무에 대한 조언을 해 줬으면 얼마나 좋았겠나. 그래서 우리는 강연할 때 각 회사의 직무, 직급별 실무자가 와서 자기가 실제로 하는 일에 대해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마케팅 부서를 가고 싶다고 하는데, 마케팅 부서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지 않나. 그때 회사 보안에 걸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무를 말해주는 거다.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신입 사원들이 회사를 들어온 과정을 말해주고, 상급자들은 또 회사의 비전이나 방향을 이야기해줄 수 있다. 한번은 문화기획자가 되는 법이라는 강연을 하면서, 홍보물을 어떻게 만드는지, 인쇄 하는 법까지 자세하게 말한 적이 있다. 그런 걸 이야기하니까 사람들이 눈빛이 강해지는 걸 느꼈다. 짜릿하더라.

 

사실 우리나라는 경제적 불균형뿐만 아니라 정보의 불균형도 엄청난 사회적 문제라고 본다. 취업 같은 경우에도 서울, 수도권은 자기들끼리 좋은 정보를 다 알고 있는데, 부산은 거의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연극이 하고 싶은 친구가 있어도, 서울은 대학로를 중심으로 찾아가볼 곳이 많은데 부산은 갈 곳이 없다. 나는 그런 정보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게 강연이라 생각한다. 아직 비정기적 강연인데, 앞으로 정기화할 예정이다. 강연 일정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공지된다.

 

 

 

Q. 스타트업 대표나 예비 창업가들에게 카페위드를 소개한다면

A. 카페 스터디룸 세 개에 모든 회의가 가능하도록 대형 모니터와 빔 프로젝트, 화이트보드, 마이크를 갖춰 놨다. A3용 프린터도 있다. 장소 대여비도 다른 데는 시간 당 얼마를 받는데, 우리는 음료비만 받는다. 물론 수익에는 좋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을 찾아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운영 중이다. 장소를 빌려줄 때 제약도 두지 않는다. 부수거나 가져가지만 않으면 된다. 대관비도 엄청 낮춰서 한번 이곳을 찾은 분들은 보통 다시 찾아오거나 주변에 소개를 많이 해주신다. 아직 여력이 없다보니 홍보나 영업을 못하는데 매주 사람들이 오는 걸 보면 뿌듯하다. 그렇지만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말씀해주시길 바란다. (웃음)

 

아직 비전을 거창하게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부산에서 사람과 만나고 교류하고 싶을 때 생각나는 곳, 행사나 강연을 하고 싶을 때 생각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차근차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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