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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CULTURE

CEO, 서재로 가다

 

  최근 대통령이 보는 책이 화제가 된 바 있다. 한 방송사의 강연 프로그램 내용을 수록한 책은 곧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지금도 순위권의 상단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 낯선 장면은 아니다. 우리는 언제나 동시대의 인물들이 어떤 책을 읽는지 궁금해 했고, 때로는 그 경험을 공유하고자 그 책을 판매 순위의 꼭대기에 올려놓고는 했다. 그건 아마 그들이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책이 그들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우리의 믿음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들처럼 우리에게도 찾아오는 선택과 결정의 순간에서, 양질의 책과 함께한 사색의 시간이 우리를 좀 더 나은 길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바람 때문이기도 하다.

 

  창업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아무리 좋아하고 즐거운 일을 한다고 해도, 외롭고 힘겨운 여정이다. 여기, 그 고독의 시간 속에서 사려 깊은 조언자이자 휴식처가 되어줄 책 몇 권을 소개한다.

 

 

 

우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크리스티안 마두스베르그, 미켈 B. 라스무센 | 박수철 옮김 | 타임비즈

 

  레드 어소시에이츠의 공동창립자 두 사람이 공저했다. 치열한 기업 간 경쟁, 불투명한 시장 속에서 기업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는 책이다. ‘철학과 인문학으로부터 업의 본질을 묻고 답하다라는 부제는 책을 잘 설명해준다. 기업마다 고민하고 있을 법한 다양한 주제와 고정관념, 그에 관한 에피소드를 통한 인식 전환을 담고 있다. 책은 경영자들에게 트렌드와 데이터분석, 플랫폼 등에 휩쓸려 정작 회사와 사람에 대해 열정을 잃지는 않았는지 반문한다. 경영에 관한 명확한 질문과 구체적인 예시, 잘 정돈된 주제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내용이 잘 읽히도록 돕는다.

 

 

오리지널스애덤 그랜트 | 홍지수 옮김 | 한국경제신문

 

  국내와 다른 창업 환경, 실패에 대한 사회의 인식 차이는 외국 서적을 꺼리게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거창한 성공사례를 늘어놓아 어쩐지 먼 나라 이야기로만 들릴 때도 있다. 워튼스쿨 최연소 종신교수에 최우수강의평가상을 수년간 연속 수상했다는 화려한 저자의 이력은 오히려 이 책에 대한 선입견을 불러 일으키지만 이 책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통찰한다. 창의성과 열정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밀한 접근은 주변 상황을 넘어 조직을 구성하고 이끄는 이들에게 신선한 영감을 준다.

 

 

지적 자본론마스다 무네아키 | 이정환 옮김 | 민음사

 

  TSUTAYA. 일본의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이 운영하는 서점으로 도서, 음반, 영상물뿐 아니라 생활용품과 음료를 함께 판매하며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사양 산업에 아이디어를 접목해 문화공간으로 바꾸어 낸 저자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저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도시 공간을 관찰하고 숨어 있던 고객가치를 발견한다. 그는 고객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은 조직 내 지적자본이 축적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혁신적인 기획력을 갖춘 회사를 만들고 싶은 이들이라면 주목해볼 만하다.

 

 

어느 날 400억 원의 빚을 진 남자유자와 쓰요시 | 정세영 옮김 | 한빛비즈

 

  ‘인생에는 부조리한 일이 산더미처럼 많다. 하지만 아침이 오지 않는 밤은 없다.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이 책의 머리글이다. 회사를 다니던 중 아버지의 죽음으로 도산 직전의 회사를 물려받은 주인공의 경험을 담았다. 그저 위기를 이겨낸 성공한 자의 무용담이 아니다. 오히려 혹독한 상황에서 버텨 온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기록에 가깝다. 특히 저자가 제정신을 유지하는 방법을 써놓은 부분이 인상 깊다. ‘늘 자신의 심리 상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언어화하고 긍정적인 언어습관에 주의하며, 보는 것과 듣는 것에 주의를 기울였다는 저자의 소박하면서도 처절한 이야기는 감동적인 도전이 된다.

 

 

속도에서 깊이로윌리엄 파워스 | 임현경 옮김 | 21세기북스

 

  삶을 독려하고 고양하는 글은 때로 우리를 지치게 한다. 속도와 효율은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그것만을 강조하다 방향을 잃을 때도 있다. 저자는 인간을 위한 스마트 발전이 오히려 우리 삶을 더욱 복잡하고 피로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그는 네트워크가 범람하는 현대에서 인간성을 되찾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슬로라이프와 미니멀라이프가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지금, 또 하나의 방법론으로 그치게 될지라도, 우리 삶의 진실로 유익한 덕목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고독의 위로앤서니 스토 | 이순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혼자 있는 능력은 귀중한 자원이다. 혼자 있을 때 사람들은 내면 가장 깊은 곳의 느낌과 접촉하고, 상실을 받아들이고, 생각을 정리하고, 태도를 바꾼다.’ 창업가, CEO는 외로운 자리다. 수많은 사람과의 만남에서 에너지를 얻을 때도 있지만, 돌아서서 공허해지는 것이 한 두 번은 아니었을 것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내면을 정돈하고 새로운 창조의 기력을 되찾아 줄 고독을 지지하며, 우리에게 기꺼이 고독과 마주하기를 권한다. 때로 모든 것으로부터 격리되고 싶은 현대인들에게 위로가 되는 말이다.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

 

  이 책을 보며 가슴 뛰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저자가 창조한 크레타 섬의 조르바는 자유의 화신이다. 그는 두려움 없이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지혜와 충동 사이를 뜨겁게 오고 간다. 주인공인 지식인이 조르바와 부대끼면서 그의 삶을 대하는 방식을 동경하며 질투하다, 마침내 사랑하게 되고 마는 과정은 우리에게 뜨거운 희열을 선사한다. 우리가 이 책을 사랑하는 이유는 아마 불멸할 것 같은 조르바의 원시적 야성이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던 일을 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도 도전하고 부딪히는 수많은 청년 대표들의 꿈의 원형과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지 : 네이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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